국내 연구진이 작은 전압 변화로도 빛 신호 조절이 가능한 '광 변조 소자'를 개발했다. 광 변조 소자는 광 통신, 디스플레이, AI 반도체에 활용된다./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작은 전압 변화로도 빛 신호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 통신은 물론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성능 개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와 김세정 호주 멜버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19일 1V 이하의 작은 전압으로도 빛 신호를 조절할 수 있는 ‘광 변조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광 변조 소자는 전기 신호를 사용해 빛을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주로 광통신 케이블처럼 빛 신호를 이용해 정보를 전송하는 분야에서 활용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저전력 디스플레이, 광 컴퓨터, 위변조 방지 기술에도 활용되면서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광 변조 소자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성능과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방식은 ‘능동물질’을 이용해 광 변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능동물질은 외부에서 전압을 주변 광학적인 특성이 변하는 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능동물질을 제어하려면 강한 전압이 필요하다고 효율을 높이려면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같은 한계는 능동물질을 반도체 회로에 적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직 능동물질을 이용한 광 변조 소자가 상용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연구진은 낮은 전압으로도 광 변조가 가능한 새로운 능동물질 구조를 찾아 이 문제를 해결했다. 빛의 흡수율을 높여 광 변조 소자의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능동물질의 광 특성 조절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해 ‘탐 플라즈몬’ 구조를 만들었다. 탐 플라즈몬 구조는 코팅이 반복된 형태로 유전체층과 흡수층을 결합해 높은 빛 흡수율을 갖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 변조 소자의 효율을 확인한 결과, 1V의 낮은 전압 변화로도 빛 신호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V 전압을 가했을 때는 빛을 100% 흡수하고, -1V의 전압을 가하면 100% 반사했다.

탐 플라즈몬 구조를 필름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광 변조 소자의 구조를 간단하면서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어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실제로 4인치 웨이퍼에서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였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광학 메모리와 뉴로모픽 소자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학 메모리는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판독하는 소자로 데이터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는 기술이다. 뉴로모픽 소자는 인간의 신경계를 모사한 반도체로 AI 성능 향상에 필수 기술로 꼽힌다.

송 교수는 “기존 광 변조 소자의 낮은 변조율 문제와 공정 효율성을 동시에 해결하는 새로운 구조의 능동 광소자를 개발했다”며 “다중단계 변조와 뉴로모픽 특성을 극대화해 인-포토닉(in-photonics) 컴퓨팅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이달 4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dvanced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ma.202310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