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 라트바호 핀란드 오울루 대학 교수가 11일 오후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의 6G 기술에 대해 애기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6세대(6G) 상용화를 향한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기구(3GPP)는 작년 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기술총회를 열고 6G 표준화 일정을 확정했다. 3GPP는 6G에 적용될 구체적인 기술의 표준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3GPP가 표준화 일정을 발표하면서 6G 표준 선점을 위한 주요국의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6G 국제표준 경쟁은 5G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5G는 한국이 상용화를 이끌었다. 그 덕분에 국제표준도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많이 보유했다. 하지만 6G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연합(EU)이 6G 국제표준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6G 기술개발 프로젝트인 '6G 플래그십 프로그램'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마티 라트바 아호(Matti Latva-aho) 핀란드 오울루대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6G 네트워크가 필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타버스나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고용량의 기술과 최신의 무선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미래 사회에서는 네트워크가 늘 연결돼 있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모바일 네트워크를 최적화해야 하고, 이는 기존의 5G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AI 같은 첨단 기술을 뒷받침해 줄 6G 기술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 커졌다는 의미다. EU는 6G 기술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18년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2025년까지 우리 돈으로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라트바 아호 교수는 "2025년 이후에도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6G 국제표준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2026년 6G 기술 시연에 나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라트바 아호 교수는 6G 국제표준을 위해 유럽 내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이 힘을 합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뿐 아니라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는 노키아와 에릭슨 같은 경쟁기업까지도 함께 힘을 합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과 KT가 공동으로 연구를 한다는 뜻이다.

라트바 아호 교수는 "표준화 이전 단계에서는 학계와 연구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참여해 함께 협력한다"며 "경쟁 기업들까지도 함께 협력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컨센서스를 가지는 것이 유럽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6G를 5G와 동떨어진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트바 아호 교수는 "1~2G는 음성, 3~4G는 모바일 브로드밴드로 묶을 수 있고 마찬가지로 5~6G도 하나의 개체로 이해해야 한다"며 "5G가 4G와 6G 사이에 끼어 있는 개념이 아니라 6G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G는 더 나은 모바일 브로드밴드이자 사물인터넷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며 "에너지, 물류, 헬스케어,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6G는 이런 5G의 비전을 더욱 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라트바 아호 교수의 설명이다.

라트바 아호 교수가 속한 오울루 대학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 등과 기술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핀란드는 한국의 중요한 6G 연구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EU와 한국은 6G 국제표준을 놓고 경쟁하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유기적인 협력도 필요하다는 게 라트바 아호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전 세계에 하나의 표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역마다 6G 표준이 달라지면 우리는 2G 시대로 후퇴하게 될 것"이라며 "6G 기술은 단순한 네트워크 기술이 아니라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전 세계가 당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인 만큼 여러 국가들이 함께 협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