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 전 세계에서 모이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의 경쟁말고도 주목받는 게 또 있다. 바로 파리 상공을 날아다닐 도심항공모빌리티(UAM)다. 독일 스타트업 ‘볼로콥터(Volocopter)’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자체 개발한 ‘전기수직이착륙차량(eVTOL)’을 운항할 계획이다. 완전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혼잡한 육상 도로를 피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는 청룡의 해인 2024년에 주목해야 할 테크 뉴스 11개를 꼽아 소개했다. 파리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낼 UAM도 그중 하나다. 이외에 에너지와 군사, 의료, 통신, 모빌리티, 천문 등 다양한 기술 분야가 포함됐다. 인류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유망한 과학기술을 살펴봤다.
가장 먼저 꼽힌 기술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타트업 ‘퀘이즈에너지(Quaise Energy)’가 선보일 지열 에너지 전력 생산 시스템이다. 퀘이즈는 기존 기계식 드릴이 아닌 고주파인 밀리미터파를 방출하는 ‘자이로트론(Gyrotron)’ 기반의 시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밀리미터파는 암석을 10~20㎞ 정도를 뚫는데, 지하 20㎞는 섭씨 500도의 지열을 내뿜는다.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발상이다.
지열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기술로 꼽힌다. 퀘이즈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열 에너지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 없이 장비 하나당 테라와트(TW·1TW는 1조W)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상 원전 1기를 1기가와트(GW)로 보는데, 원전 1기의 1000배에 이르는 생산성이다. 인프라도 기존 시추장비와 발전소를 활용할 수 있어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하는 기술은 두 개나 이름을 올렸다. DARPA는 대규모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빠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분류하고 의료진에게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해결법을 찾기 위해 2024년 ‘분류 챌린지(Triage Challenge)’를 연다. 분류 챌린지에서는 무인 항공기나 로봇으로 대규모 사고 현장에서 얼마나 환자를 빨리 판별할지를 두고 전 세계 연구진이 겨룬다.
시험 비행을 준비 중인 미사일 장착 드론도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서 드론은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전쟁에서는 드론이 작은 포탄이나 폭발물을 떨어뜨리거나 스스로 부딪혀 자폭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DARPA의 ‘롱샷(Long Shot)’ 프로그램에서 목표로 하는 드론은 차원이 다르다. 이들 드론은 공대공 미사일 3기를 장착하는 등 전투기와 성능이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킬러 드론’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들 미사일 드론이 개발되면 현대전 양상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이어 아마존이 시작할 위성 인터넷 카이퍼(Kuiper)도 2024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마존은 100억 달러(13조원)를 투입해 3000개 이상의 통신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앞서 2019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현재 5000여개의 위성을 보유한 스타링크와 한국에서의 위성통신 서비스를 준비 중인 원웹(OneWeb)이 아마존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늘을 바라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카메라도 2024년 처음 가동된다. 칠레에 마련된 ‘베라 루빈 천문대는 8m가 넘는 광시야 망원경을 이용해 남반구 하늘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 망원경은 매일 보름달 40개 크기의 밤하늘을 촬영해 은하수 지도를 만들고 암흑 물질의 존재를 파헤친다.
이 밖에도 콘센트 없이 배터리로 사용하는 인덕션, 만성 피로를 감지하는 특수 심장박동수 감지 애플리케이션처럼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기술도 언급됐다. 태양광 에너지 전기차 2000대 인도, 현재 항공기보다 두 배 빠른 초음속 여객기 오버추어(Overture) 생산 등도 2024년 찾아야 할 흥미로운 과학기술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