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신경 모사 소자. 인공 신경 모사 소자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데이터 처리 에너지 효율을 높인 반도체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인공 신경 모사 소자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블록 장난감 레고를 조립하듯 층층이 소자를 쌓는 방식으로 한정된 공간에 많은 소자를 넣을 수 있으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인간의 뇌 구조를 모사한 ‘뉴로모픽 컴퓨터’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곽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뇌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21일 인공 신경 모사 소자를 통합해 대규모 인공 신경망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산업이 발전하면서 처리가 필요한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도 함께 늘면서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인간 두뇌의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 신경 모사 소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신경세포(뉴런)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모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개별 소자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완성됐다. 다만 여러 소자를 통합한 시스템과 ‘뉴로모픽 컴퓨터’를 만들고 최적화하는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진은 ‘레고 블록’처럼 소자를 쌓아 인공 신경 모사 소자를 하나의 신경망으로 만드는 기술을 선보였다. 우수한 절연 특성과 열 전도율을 가져 화이트 그래핀으로 불리는 2차원(2D) 소재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를 이용해 소자를 만들었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실리콘 기반 인공 신경 모사 소자와 달리 하나의 물질로 제작해 통합 시스템 성능도 개선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신경망은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인 ‘스파이크 신호 기반 정보전달’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시냅스 신호를 조절해 전력 사용량을 낮추고 대규모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이다.

곽 책임연구원은 “스마트 시티, 의료, 차세대 통신, 기상예보, 자율주행차처럼 실생활에 밀접한 응용 분야에서 만들어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소자가 가진 확장 한계를 뛰어넘고 에너지 사용량도 줄여 탄소 배출과 같은 환경 문제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지난 달 5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fm.202309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