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자기파로 공기 중에 있는 극소량의 수소 가스를 검출하는 광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이상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폭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수소의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서민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유용상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20일 0.25% 수준의 극미량 수소 가스를 검출하는 광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낮은 농도의 수소를 검출하기 위해 메타물질을 활용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새로운 특성을 보이는 물질로 빛의 굴절률을 반대로 만드는 투명망토가 대표적인 활용 사례다.
수소는 사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가연성 기체로 밀폐된 공간에서 농도가 4% 이상으로 높아지면 폭발의 위험성이 커 수소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서는 누출 사고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수소가 모든 기체 중 가장 가벼워 쉽게 누출될 수 있고 무색·무취로 누출되더라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는 수소 누출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전기식 센서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전기식 센서는 스파크가 발생하기 쉬워 오히려 수소의 폭발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전극 기반 접촉식 센서가 전기식 센서의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으나 이마저도 신호 안정성이 떨어져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메타물질을 활용해 공기 중 극미량의 수소를 감지하는 비접촉식 광센서를 개발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 물질로 전자기파의 신호를 증폭하거나 없애는 특징이 있다. 기체에 민감한 테라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신호를 증폭하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수소 검출 센서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비접촉식 광센서는 전자기파를 공기 중에 쏜 후 기체 분자의 진동에 따른 변화로 기체의 상태와 종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전자기파가 미량의 수소 기체와 상호작용하는 확률이 낮고, 테라헤르츠 신호를 증폭할 방법이 없어 수소 검출 센서에는 사용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테라헤르츠 신호를 증폭하는 메타물질에 팔라듐을 도포해 센서를 만들었다. 팔라듐은 수소를 흡착해 산소와 결합시킨 후 물 분자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때 발생하는 전자기파 신호의 변화를 이용하면 공기 중 수소의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14㎚(나노미터) 수준의 나노구조를 이용해 검출 민감도도 크게 높였다. 넓은 면적을 갖는 구조에서는 많은 양의 기체가 반응하면서 검출 안정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 구조에서 기체를 반응하게 해 적정 수준의 기체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재사용이 불가능한 팔라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특수 처리로 경제성을 높이면서 실시간 수소 농도 측정도 가능케 했다.
서 책임연구원은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가스뿐 아니라 다양한 생화학 물질을 검출하고 선별할 수 있는 유망 기술"이라며 "각종 유해인자와 가스, 질병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지난 달 23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dvanced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ma.202308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