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1957년 발사된 이후 인공위성은 줄곧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인류의 눈이 됐다. 한국도 1992년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리며 위성을 본격적으로 운용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운용 중인 위성을 보유한 나라만 50곳 이상, 지구 궤도로 날아가는 위성은 연간 1000대 이상이다.
인공위성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지구관측에는 한계가 있다. 위성은 궤도를 따라 돌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계속 감시할 수 없다. 지상으로부터 500㎞ 떨어진 상공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위성 성능이 떨어지면 정밀한 관측이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소형 군집위성이나 초저궤도 위성이 개발되고 있지만, 많은 위성을 만들어야 하고 위성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점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위성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이 드론이다. 위성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특정 지역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데 드론이 제격이라는 평가다. 대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도의 영상 교정 기술이 필요하지만, 부동산·금융·치안·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고도 명령어만으로 드론을 동작시키는 기술도 개발돼 활용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으로 ‘1호 창업기업’을 만든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위성과 드론의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최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응용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항우연에서 다목적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의 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다 2012년 인스페이스를 창업했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판교 한컴 본사에서 최 대표를 만나 업력 11년이라는 잔뼈 굵은 우주 기업이 된 비결을 물었다.
–위성과 드론을 함께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위성과 드론, 지상 카메라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 인공위성은 발사까지만 어렵지 이후로는 관측하는 데에는 편하다. 하지만 상시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군집위성 수백 대를 띄우는 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드론이다. 언제든 띄울 수 있고, 초고해상도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위성과 드론을 둘 다 잘 다루면 영상을 분석하는 기업으로서는 최고다.”
–드론샛(DroneSAT)을 개발했다. 어떤 역할을 하나.
“드론을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건 2012년에는 ‘멀티콥터’가 아니었다. 대기 영향을 받았고 바람에 몇 천만 원짜리 장비가 쉽게 망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드론 기술이 발달했고, 영상 분석 분야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던 중에 해외 전시회에서 드론 스테이션 시스템을 봤다. 거기에 영감을 받아 관련 기술을 개발했고, 국내외에 특허를 냈다. 드론과 스테이션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마치 위성처럼 관측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드론샛’으로 이름을 붙였다. 스테이션에서 자동 충전하고 명령어만 날리면 촬영하고 데이터도 보낸다. 군 드론전략사령부나 소방, 환경 관련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 개발한 위성 ‘세종 1호’를 우주로 보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큐브위성이 아닌 초소형위성을 만든다. 초소형위성은 무게 500㎏ 이하로, 30㎏ 이하의 큐브위성보다는 더 큰 개념이다. 특히 공간 해상도보다는 분광 해상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공간 해상도가 10m 정도로 낮아도 분광 해상도가 좋으면 위성이 받는 신호를 많이 분석할 수 있어서 대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세종 1호는 한컴인스페이스가 개발한 기술의 성능을 시험해보는 차원에서 발사했다. 처음엔 좋은 영상이 나올까 궁금했지만, 결과물에 대해 해외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세종 2호와 3호 발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위성들은 32개의 파장을 분석하는 ‘하이퍼 스펙트럼’ 영상을 얻어낸다. 이미 세종 1호로 실제 영상을 판매한 경험도 있으니, 세종 2호와 3호는 발사 후 바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발사는 2025년 중반 스페이스X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 지상국 소프트웨어 구축에 참여했다. 정부 사업에 참여한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
“개발 중인 초소형 군집위성의 분석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위성이 많아지면서 통합 관제 시스템이 필요했는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사용 중인 통합 관제 시스템을 한컴인스페이스가 개발했다. 이전에는 위성마다 각각의 관제 시스템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조금만 바꿔서 추가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2020년 한글과컴퓨터 그룹에 들어가 우주 벤처기업 중 ‘인수합병(M&A) 1호’ 기업이 됐다. 당시 투자 의사를 밝힌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한글과컴퓨터를 놓고 최 대표는 고심 끝에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기업인 한컴과의 동행을 선택했다. 3년 후인 현재 최 대표는 인수합병이 한컴인스페이스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상장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고 이달 안으로 선정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100억원대 투자를 받았다. 최근 드론 사업 확장을 위해 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매출이 67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매출액은 120억원으로 회복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한컴과의 합병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일단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다. 혼자 일할 때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잘난 맛에 사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막상 한컴 본사가 있는 판교에 와보니 완전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인력과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 작년에 드론 개발업체를 인수하는 등 비즈니스를 하는 눈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인수합병은 회사를 더 키우고 기회를 확장하는 계기였다.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한컴인스페이스가 우주산업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은 무엇인가.
“위성과 드론 영상을 처리하고 정보로 생산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미국의 우주 기업인 블랙스카이 테크놀로지와 미팅을 했는데, 한컴인스페이스가 데이터 처리를 굉장히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때 자신감을 좀 얻었다. 우리가 위성은 잘 못 만들더라도 위성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만큼은 잘한다는 의미다. 잘하는 것을 위주로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위성 데이터 사업을 할 생각이다.”
–생각한 위성 데이터 활용 분야는 무엇인가.
“서비스의 제일 끝단에 어떻게 활용할지는 항상 생각한다. 부동산일 수도 있고, 농작물 작황을 분석해 보험업계에 분석 자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해외 산림의 변화를 관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구독서비스로 활용되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직 국내에 데이터 확보가 원활한 기업을 보지 못했는데, 앞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데이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