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곤·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구아이아콜’./울산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노화를 막는 항산화 작용처럼 배터리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전해액 첨가제를 개발했다. 이 첨가제는 배터리를 불안한 상태로 만드는 활성산소를 없애 대용량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송현곤·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배터리 양극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생체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구아이아콜은 인체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제처럼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한다.

배터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발전하면서 대용량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용량 배터리일수록 수명이 짧다는 문제가 있다. 배터리가 충·방전하면서 활성산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전해액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전해액을 분해하면 배터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활물질을 녹이고, 배터리가 팽창하는 등 성능저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주목한 건 항산화제다. 항산화 기능으로 활성산소를 없애는 페놀류를 이용한 것이다. 다만 페놀류는 양성자 이동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해 리튬 이온 전해질에는 적합하지 않다. 배터리가 에너지를 내는 데 필요한 이온이 없어지는 것이다.

대신 연구팀은 페놀류에 메톡시 그룹을 결합해 ‘구아이아콜’을 만들고 불균등화 반응을 사용했다. 불균등화 반응은 한 가지 반응물에서 산화와 환원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구아이아콜은 활성산소와 결합해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리튬과산화물과 산소로 바꾼다. 이때 활성산소는 불균등화 반응으로 다른 반응에 대한 에너지를 모두 잃는다. 구아이아콜이 활성산소와 결합하면서 나쁜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을 막는다.

구아이아콜은 전해액에 소량만 첨가해도 활성산소와 반응해 전해액 분해를 차단한다. 또 첫 번째 충전 때 산화되면서 양극에 보호막을 형성해 배터리의 구조 변화를 막는다. 구아이아콜을 넣은 전해질은 기존 전해질과 비교해 용량 유지 성능이 80% 향상됐고, 200회의 충·방전 실험에서 70%라는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송현곤 교수는 “구아이아콜은 리튬 과잉 양극뿐 아니라 활성산소가 문제 되는 다른 고용량 양극에도 적용해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삼성SDI(006400)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올해 10월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자료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DOI: https://doi.org/10.1002/anie.202312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