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대폭 늘려 슈퍼컴퓨터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것 외에 숨겨진 최신 중국 슈퍼컴퓨터는 미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와 성능이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중순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콘퍼런스 2023′에서 중국 슈퍼컴퓨터 '선웨이 하이양즈광'에 대한 정보가 공개됐다고 3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병렬컴퓨터엔지니어링기술연구센터와 칭화대 연구진은 콘퍼런스에 선웨이 하이양즈광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선웨이 하이양즈광은 중국 슈퍼컴퓨터 '선웨이 타이후즈광'의 최신 버전이다. 선웨이 타이후즈광은 2016~2018년 국제슈퍼컴퓨터학회(ISC)가 선정한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선웨이 하이양즈광은 '선웨이 SW26010 프로 CPU'를 장착하고 있다. 이 CPU는 선웨이 타이후즈광에 들어간 '선웨이 SW26010′보다 4배 좋은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선웨이 SW26010 프로 CPU를 자체 제작했다. 선웨이 하이양즈광은 총 10만여 개의 칩으로 구성됐다.
자체 제작한 CPU는 미국 제품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CPU 코어의 수를 대폭 늘려 슈퍼컴퓨터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연산속도를 보이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Frontier)'에는 870만 개의 CPU 코어가 들어갔는데, 선웨이 하이양즈광에는 5배 수준인 4100개의 CPU 코어가 있다. 다만 코어를 늘려 에너지 소모와 크기, 운영 비용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이 슈퍼컴퓨터를 제재 대상에 올린 이후 슈퍼컴퓨터 개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제재와 동시에 해외에서 제조하던 슈퍼컴퓨터용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슈퍼컴퓨팅 순위를 정하기 위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중국 연구진이 공개한 선웨이 하이양즈광이 최신 슈퍼컴퓨터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엑사플롭스(ExaFLOPS)'급 슈퍼컴퓨터인 미국 프런티어는 1초에 110경20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데, 같은 수준의 슈퍼컴퓨터가 중국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 과학자는 SCMP를 통해 "선웨이 SW26010 프로 CPU는 새로운 게 아니다"며 "지난 2∼3년간 중국 슈퍼컴퓨팅 시스템에서 사용됐는데 이제야 대중에게 알려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존 중국 최고 슈퍼컴퓨터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고, 다른 슈퍼컴퓨팅 칩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