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산업계가 대표적인 '기후테크'로 떠오르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구의 온도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선 탄소 배출을 낮추는 기술뿐 아니라 이미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안도 개발되고 있다. 탄소 중립이 먼 미래가 아닌 만큼 국내외 기업들도 CCUS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탄소포집자원화학회(GCCUS)가 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제1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GCCUS는 CCUS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올해 9월 출범한 조직으로, 이번 학술대회는 CCUS의 국내외 동향을 파악하고, 전문가 사이 학술·기술을 교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기업들이 주로 소개한 기술은 CCUS 기술 중에서도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기술이다. DAC는 공장이나 발전소처럼 탄소가 배출되는 특정 지점이 아닌 어느 곳에서나 대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말한다. DAC 장비에 있는 팬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를 습식·건식 흡착을 통해 이산화탄소만 걸러내는 방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DAC 플랜트는 총 27개로, 현재까지 1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했다.
DAC는 전 지구적인 탄소 중립 목표인 섭씨 1.5도 상승 억제를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는 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나무가 서울 면적(605㎢)보다 넓은 800㎢ 면적의 나무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을 DAC는 1.5㎢의 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공간 효율성도 좋다.
한국기업 중에선 기후테크 전문기업 로우카본이 DAC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로우카본은 자체 개발한 습식 포집제 'KLC'를 이용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KLC는 용액 형태로 만들어져 다양하게 쓰이는데, 콘크리트에 섞거나 인공광물로 만들어 이산화탄소 포집 효과를 높인다.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와 비교했을 때 탄소 포집률이 1%P 더 높았지만, 건설 분야에서 중요한 콘크리트 강도는 동일했다. 인공광물의 경우 탄소 포집률이 천연광물보다 0.851%P 더 높았다. KLC 포집제를 섞은 콘크리트와 인공광물을 도시 곳곳에 배치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송봉관 로우카본 수석연구원은 "탄소 포집제 용액을 섞은 콘크리트와 인공광물은 콘크리트 골재 같은 건설자재뿐 아니라 간척지를 매립할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연광물 생산량에 비춰봤을 때 연간 1000만t의 탄소 포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건설사인 GS건설(006360)도 DAC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고려대 등과 손을 잡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GS건설은 2025년까지 탄소 포집 흡착제 개발해 실증 설비를 만들어 연간 100만t의 이산화탄소 포집을 목표로 한다. 2030년에는 DAC 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메탄올로 다시 합성하거나, 페인트와 아스팔트 소재로 활용한다.
김기태 GS건설 책임연구원은 "빌딩에 DAC 시스템을 설치하고 도로에 DAC 인공나무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제거할 수 있다"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 탄소 포집부터 활용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만드는 종합 해결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기업의 동향도 주목할 만하다. 캐나다의 CCUS 기업인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은 DAC 분야에서 앞서있다. 연간 3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DAC 허브 '스트라토스(Stratos)'를 미국 텍사스에 구축한다. 이 회사는 최근 CC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5억5000만 달러(720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탄소 배출로 고민이 깊어진 에어버스, 에어캐나다 등 전 세계 항공사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DAC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캐롤린 정(Caroline Jung) 카본엔지니어링 연구원은 "DAC 가속화를 위해 여러 산업 분야의 파트너사들이 합류 중이기 때문에 기술의 통합성이나 확장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며 "DAC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가들이 협력해 기후변화의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