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도커SSD'.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2배 빠르면서도 절반의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한국과학기술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만큼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막대한 양의 전력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해결책을 찾아냈다. 데이터 원격 처리 속도를 2배 올리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절반으로 줄이는 새로운 방식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한 것이다.

정명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7일 가상 데이터 처리와 운영이 가능한 ‘도커(Docker)’ 개념을 프로세싱인메모리(PIM)에 적용해 컴퓨터 없이도 데이터 처리와 서버 운영을 할 수 있는 ‘도커 SSD’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SSD는 데이터가 실제로 저장되는 저장장치 근처에서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과 SSD 종류에 따라 환경을 맞춰야 해 상용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KAIST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와 장치 환경과 관계 없이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도커SSD를 개발했다. 응용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실행에 필요한 자원을 모두 포함하는 ‘컨테이너’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활용해 독립적인 실행 환경을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가상 운영체제인 도커를 저장장치 내부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컨테이너 단위로 작업을 처리해 저장장치의 종류에 영향받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외부와 독립적으로 실행 환경을 제공하는 컨테이너 덕분에 프로그램을 수정할 필요가 없어 사용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독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네트워크 간 교환 방식(프로토콜)의 호환성도 높였다. 저장장치와 도커 사이의 데이터 전송 방식이 달라 발생하는 문제를 저장장치의 데이터 전송 방식으로 통신을 가능케 해 해결했다. 저전력 하드웨어 가속 모듈을 사용해 데이터 처리 속도도 끌어 올렸다.

이번에 개발한 도커SSD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을 크게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저장장치를 사용했을 때보다 2배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나타냈으며 전력 소모는 오히려 반으로 감소했다. 데이터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절약하는 데 도움 될 전망이다.

정 교수는 “불필요한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해 빠르면서도 에너지 절약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며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모델인 도커SSD는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국내·외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기관에 실용화되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ˮ이라 말했다.

연구 결과는 컴퓨터 구조 분야 최우수 학술대회 ‘국제 고성능 컴퓨터 구조학회’에서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