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섭씨 영하 15도의 강력한 추위에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콘크리트 시공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겨울철에 발생한 재료 불량이나 양생 기간 부족 등 품질관리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회 연구팀이 겨울철 혹한 기후 조건에서도 건설시공이 가능한 '고성능 콘크리트 배합 기술'과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한 '저비용·고효율 양생 기술', 콘크리트 품질관리가 가능한 '인공지능(AI) 기반 겨울철 시공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경기 북부와 강원도 등 북한과의 접경지역은 겨울철 혹독한 추위가 이어지는 기간이 길다. 이 지역에서 겨울에 건설공사가 진행될 때 충분한 공사 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준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겨울철에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 공사는 재료 불량과 양생 기간 부족 등의 문제로 콘크리트의 적정 강도를 확보하지 못해 다양한 사고로 이어진다. 또 콘크리트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하는 '보온 양생' 작업 시 사용되는 갈탄 연료로 질식사고도 발생한다.
연구팀은 겨울철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선 겨울철 고성능 콘크리트의 초기 강도 향상을 위해 재료 선정과 역학적 성능검증을 거쳐 최적의 배합을 도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배합은 초기 응결시간을 16% 줄이고, 콘크리트 타설 후 하루 만에 거푸집 탈형 강도(14㎫)를 훌쩍 넘는 19.6㎫의 강도를 확보했다.
새로운 보온·가열 양생 기술도 개발했다. 나노 탄소 기반 재료가 포함된 면상 발열 시트를 활용해 적은 전력으로도 높은 열효율을 낼 수 있는 양생 기술이다. 면상 발열 시트는 얇은 전도성 발열체 위에 금속 전극을 설치하고 절연 처리해 면 전체가 발열하는 시트를 의미한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가열하는 기존 방식은 질식사고 위험이 크고 콘크리트 상하부 사이 온도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면상 발열 시트를 사용하면 고르게 열을 전달하고, 화석연료를 가열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팀은 겨울철 안전한 현장관리를 위해 'AI 기반 시공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기상청의 실시간 기상 정보를 반영해 예기치 못한 기상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건설 환경에 최적화된 배합 정보를 제공하고, 외부 온도와 압축강도, 양생 일정 정보도 알려줘 효과적인 콘크리트 품질관리가 가능하다.
김병석 건설연 원장은 "겨울철 콘크리트 공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업해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인프라 통합·연계 기반구축 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