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Y. 최근 한국에 출시된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적용됐다./테슬라코리아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 모델Y의 후륜구동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가장 큰 특징은 중국 배터리사 CATL의 LFP 배터리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폭스바겐과 벤츠, 볼보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해외 자동차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얼마 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삼성SDI(006400)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주로 NCM 배터리를 생산해왔다. 애초 LFP 배터리에 집중한 중국 배터리 기업은 거의 독점하다시피 LFP 배터리를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LFP와 NCM 배터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조선비즈는 31일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함께 최근 화제가 되는 배터리들을 살펴봤다.

LFP와 NCM은 배터리의 양극재를 일컫는 말이다. LFP는 리튬(Li)과 인산철(FePO4)을 양극재로 사용한다. 흔히 삼원계라고 불리는 NCM은 니켈(Ni)과 코발트(Co), 망간(Mn)을 이용해 양극재를 만든다. 양극재는 배터리 안에서 리튬이온 방출과 전자의 움직임에 관여한다.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소재다.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 유기 전해질을 리튬이온이 오가면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때 중요한 게 리튬이온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산화환원반응이다. 산화는 전자를 잃는 것, 환원은 전자를 얻는 과정을 의미한다. 양극에서 리튬이 전자를 잃으면서 음극에서는 전자를 얻을 때가 충전,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돌아가면서 양극이 전자를 얻으면 방전이다.

산화환원반응에는 양극활물질이 작동한다. LFP는 인산철이, NCM은 니켈이 활물질 역할을 한다. 이를 ‘전이금속’이라고 부른다. LFP와 NCM의 성능 차이는 활물질에서 시작된다. 활물질이 전자를 잡아두는데, 니켈이 인산철보다 전자를 더 가까이 많이 둘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물질의 특성에 따라 니켈의 평균 전압은 3.7V, 인산철은 3.4V로 알려졌다.

두 배터리의 전압 차이가 0.3V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전압 셀을 만들면 성능 차이가 뚜렷하다. 이현욱 교수는 “고전압일수록 전기 저항으로 인한 손실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고전압 셀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며 “이런 이유로 한국은 전압이 높은 NCM 배터리를 개발한 것이고, LFP가 NCM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ATL이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LFP 배터리를 전시한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LFP 배터리는 값이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지 않은 대신 섭씨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폭발하지 않는 등 안정성이 뛰어나다. 해외 자동차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선택한 건 역시 가격 때문이다.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 대신 인산철을 사용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최근엔 LFP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하는 시도가 많이 이뤄져 에너지 밀도도 개선됐다. 10분 충전으로 400㎞를 갈 수 있을 정도다. ‘셀투팩(Cell to Pack)’은 배터리의 패러다임을 바꾼 결정적 계기다. 이 교수는 “배터리 구조는 셀과 모듈, 팩으로 이뤄졌는데 셀을 잇는 중간 단계인 모듈을 빼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며 “낮은 가격에 셀투팩이 합쳐지면서 LFP의 효과가 굉장히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인산철 양극재에 망간을 도핑해 성능을 높이는 시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화합물)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문제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는 올해 9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과 더불어 니켈을 통제하고 있다. 리튬도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대부분 남아메리카 대륙에 매장돼 볼리비아나 칠레로부터 공급받기도 한다. 다만 리튬 가격도 많이 뛴 만큼 LFP 배터리의 가격도 계속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LFP나 NCM 외에도 불화인산바나듐나트륨(NVPF)도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리튬이온 대신 나트륨 이온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배터리다. 재료가 풍부하고 생산 단가가 낮은 나트륨을 이용해 가격을 40~50% 낮출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상용화는 멀었다. 이 교수는 “나트륨이온전지도 에너지 밀도가 꽤 많이 개선됐지만, 음극재로 비싼 하드 카본을 사용해 값싼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을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