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로이터 연합뉴스

우주 안보가 군사 동맹의 기반이 되는 시대가 왔다. 세계적인 군사 대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우주를 중심으로 한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 우주군이 인도 스타트업과 손을 잡으면서 미국과 인도의 우주 안보 동맹이 현실화됐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뒤처진 한국이 우주 안보 동맹의 한 축을 담당하려면 기술 신뢰성부터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공군연구소(AFRL)는 미국 우주군이 인도 스타트업 ‘114AI’ ‘3rd ITECH’와 공동연구개발협정(CRADA)을 맺었다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미국 우주군이 2019년 12월 창설 이후 미국 연구소나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과 연구 협력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14AI는 2018년 인도 뉴델리를 본거지로 설립된 업체로, 우주나 지구 관측 이미지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군수·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3rd Itech는 인도 델리공대 연구진이 창업한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주로 렌즈로 들어온 빛을 전기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상보형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징 센서’를 만든다. 두 회사는 미국 공군연구소와 함께 ‘지구 관측 센서 개발과 우주 영역 인식의 혁신’을 주제로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협력은 미국과 인도가 올해 6월 맺은 ‘인더스-엑스(INDUS-X)’라는 협정의 후속 조치로 알려졌다. 인더스-엑스는 대학, 스타트업, 싱크탱크 간의 네트워크를 육성하고 다양한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세워 국방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나라의 주요 방위산업체 간 협력과 방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엑셀러레이터 운영 등 국방 생태계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웰슬리 페레이라(Wellesley Pereira) 미 공군연구소 선임과학자는 “이번 연구협정은 우주 기술의 협력적 경계를 넓히려는 탐구에서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다양한 국가의 최고 수준 인재와 자원을 하나로 모아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도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것이 ‘올드 스페이스’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방과 우주 모두 보안이 가장 우선시되는 분야이지만, 최근 미국이 우주 안보를 구축하기 위해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들의 우주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우주 분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같은 전통적인 무기체계를 가진 기업들은 기술 혁신이 더디다는 문제를 가진다”며 “최근 미국 우주군은 자신들의 국방 우주 기술이나 우주 안보에 활용도가 높다면 동맹국이나 파트너국의 스타트업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17호'에 탑승하는 우주비행사들이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열린 환송식에 참석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 맞선 우주 동맹 만든 중국-러시아…일본도 미국 협력 강화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독자적인 우주 동맹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달 기지 건설 계획 ‘국제 달 과학연구기지(ILRS)’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대까지 달 기지 건설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2021년 6월 협정을 맺은 뒤, 베네수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제르바이잔, 파키스탄, 벨라루스 총 7개국이 참여한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응한 프로젝트지만, 결국 우리 편을 모아 우주를 선점하고자 하는 ‘우주 안보 협정’ 성격이 강하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 29개국이 서명했다. 중국은 우주정거장 ‘톈궁’과 같은 자원을 활용해 우호국을 더 끌어모을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정찰위성 기술을 넘기고 무기를 사는 방법으로 우주개발 수준이 낮은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

일본은 우주 안보를 위해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 개발에 참여하고, 우주 비행사를 선발하는 등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또 미국과 호주, 일본, 인도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협력 범위를 2021년 우주까지 넓혔다.

한국은 주변국과 비교하면 우주 안보 국제협력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장 센터장은 지적했다. 장 센터장은 “정부가 우주 경제나 우주 안보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심지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협정에 서명한 뒤 2년 6개월 동안 제대로 된 성과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아직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면서 “우주 관련 시장이나 펀딩이 조성되지 못하고, 실질적인 우주 안보 분야 국제협력이 없는 게 한국의 현주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