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물체의 성질을 파악하고 적절한 힘으로 집는 로봇손 기술을 개발했다. 뭉개지기 쉬운 토마토도 손상 없이 잡을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물렁한 물체도 터뜨리지 않고 잡는 로봇손을 개발했다. 뭉개지기 쉬운 토마토도 사람 손으로 잡는 것처럼 손상 없이 잡을 정도로 힘 조절이 정밀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혜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5일 물체의 크기, 모양, 단단함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집을 수 있는 지능형 로봇손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존에 수동으로 제어하던 로봇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미리 입력한 값에 따라 작동하거나 사람이 제어하는 힘으로 물체를 집는 방식과는 다르게 물체 종류에 맞춰 적절한 힘을 내는 방식이다.

사람의 손은 채소나 과일처럼 무른 물체를 잡으면 여러 감각을 동원해 적절한 힘을 준다. 이번에 개발한 로봇손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촉각센서를 활용해 물체의 크기와 물렁거림의 정도 같은 물성을 판단할 수 있다. 센서는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손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기능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물체의 특성을 파악하는 감지 소재와 전극 사이에 공압 장치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압력과 형태 변화의 감지 범위와 민감도도 끌어 올렸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로봇손의 내구성과 정확도를 파악하기 위해 반복 실험을 진행했다. 다양한 크기와 물성의 토마토 11종을 구분하는 실험에서는 98.78%의 정확도를 보였다. 1만 번 이상 반복해서 압력을 주거나 굽혔는데도 성능이 하락하지 않았다.

김 책임연구원은 "촉각센서를 통해 로봇손에 다양한 촉각 기능을 부여했다"며 "자동화 생산 시설과 협업 로봇 분야에서 혁신적인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압력과 굽힘을 감지하는 센서뿐 아니라 온도·습도·관성·거리 센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도 이어 갈 예정이다. 또 인공피부를 로봇손에 적용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인텔리전트 시스템즈'에 지난 8월 30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dvanced Intelligent Systems, DOI: https://doi.org/10.1002/aisy.2023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