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출신의 부부과학자인 옌스 닐슨(Jens Nielsen) 스웨덴 샬머스공대 생물공학과 교수와 디나 닐슨(Dina Nielsen) 덴마크공대(DTU)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세계적인 생물공학 전문가로 손꼽힌다. 두 사람은 미생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뽑아내는 합성생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닐슨 부부는 이달 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나란히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부부는 기자들과 만나 "유럽에서 볼 때도 한국은 생명공학 분야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로 평가된다"고 했다. 또 "최근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으로 민간 투자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남편인 옌스 닐슨 교수와 부인인 디나 닐슨 CSO는 이번 행사에서 각각 '효모의 대사공학'과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생명공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옌스 닐슨 교수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운영하는 재단의 이니셔티브 '바이오이노베이션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로 2019년부터 활동 중이다. 디나 닐슨 CSO도 2021년부터 노보노디스크 재단의 생물지속가능성센터에서 최고파트너십책임자(CPO)를 맡고 있다.
남편 닐슨 교수는 합성생물학·대사공학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합성생물학과 대사공학은 생명체의 대사 물질이 분해되고 합성되는 과정을 밝히고, 유전자 과발현·제거와 외래 유전자 도입 등으로 조작해 대사 물질 생산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이날 발표에선 흔히 '맥주 효모'로 알려진 미생물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제(Saccharomyces cerevisiae)'을 이용해 식품을 생산하는 개선된 산업 공정을 소개했다. 나아가 다양한 화학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미생물 세포 공장과 대사 설계,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부인 닐슨 CSO는 덴마크공대와 노보노디스크의 협력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노보노디스크 재단 생물지속가능성센터는 미생물 식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재단은 덴마크공대와 협력하는 생물지속가능성센터에 1억1300만 유로(1603억8000만원)를 투입했다. 해당 센터에서 지속 가능한 식품을 만들기 위한 농업을 연구하는 인력은 300명에 달한다. 대사공학을 이용해 안정성을 높인 유전자변형생물(GMO)이 대표적인 예다.
대사공학을 통한 '미생물 공장'을 만드는 부부는 산업화할 수 있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옌스 닐슨 교수는 "덴마크의 경우 한 분야에서 평균 450편의 논문이 나와야 스타트업이 나온다. 연구는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업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연구진의 질뿐 아니라 관련 인프라와 체계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디나 닐슨 CSO는 "지구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 창의적이고 훌륭한 아이디어가 필요하지만, 비용과 규제 등을 고려해 산업화까지 가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산업계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추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부는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해 잠재력이 높다고 한 목소리로 평가했다. 옌스 닐슨 교수는 "최근 BII에 한국기업이 방문하는 일이 많고, 삼성이나 CJ 등 대기업들이 생물공학 분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바이오는 상당한 투자와 인프라를 요구하는데, 한국은 이미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최근 삭감된 R&D 예산과 관련해선 민간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디나 닐슨 CSO는 "덴마크도 최근 몇 년간 정부 차원에서의 R&D 예산을 삭감했다"며 "다만 덴마크는 노보노디스크와 같은 대기업들의 민간 투자가 가장 활발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계와 산업계가 협력해 공공연구를 진행하고 예산에 대한 중요성을 함께 정부에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옌스 닐슨 교수는 "R&D 예산 대부분은 대학으로 흘러가는 만큼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대학에서 수행되는 연구를 기업에서 하는 경우 비용은 더 비싸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체는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고 싶어하는 만큼 R&D 예산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