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p-도펀트' 제조법에 대한 한양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지난 11일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안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한국연구재단

금보다 비싼 반도체 재료로 꼽히는 ‘유기 p-도펀트’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 자유롭게 화학적 구조를 바꿀 수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합성 방법도 저렴하고 단순해 상용화가 되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장재영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새로운 유기 도펀트 소재군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유기 도펀트는 반도체의 특성을 제어하는 데 쓰이는 탄소계 유기분자 형태의 첨가제를 말한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불순물 원자를 첨가해서 반도체의 전기적, 광학적, 구조적 특성을 개선하는 도핑 기술이 필수적이다.

가볍고 잘 휘어지는 유기 반도체를 도핑할 때는 원자 형태가 아닌 분자 형태의 도펀트를 사용한다. 이런 유기 도펀트는 OLED 제조에서 발광을 돕는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유기 도펀트 중에서도 p-형 반도체의 특성을 향상시키는 ‘유기 p-도펀트’는 안정성이 낮고, 그램당 가격도 수십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특허도 특정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기 p-도펀트의 안정성을 높이고, 독점적 기술을 회피할 새로운 화학적 구조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유기 p-도펀트 개발에 성공했다. 도펀트 분자에 곁가지처럼 붙어 소재의 특성을 제어하는 전자 구인성 작용기에 변화를 주는 방식이다. 기존 전자 구인성 작용기인 시아노(CN)기 내의 질소(N) 원자를 루이스 산과 반응시키면 강한 산화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지닌 유기 p-도펀트가 합성될 수 있다는 걸 연구팀이 찾아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기 p-도펀트의 산화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중 가장 강력했고, 도핑의 안정성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장재영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유기 p-도펀트 소재군은 자유롭게 화학적 구조의 변형이 가능해 다방면 활용이 가능하며, 합성 방법이 단순하고 저렴한 시약을 사용할 수 있어 가격을 수십 배 낮출 수 있는 등 잠재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도펀트 소재군을 OLED나 태양전지에 실제 활용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장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소자의 성능보다는 도펀트의 특성에 주로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소자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우리가 개발한 소재를 실제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안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지난 11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참고자료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DOI : https://doi.org/10.1002/anie.202304245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 모습. 왼쪽부터 제1저자인 서의현 박사, 장재영 교수./한국연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