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자궁 '바이오백'에서 조기 출산한 새끼양이 자라고 있다. 인간으로 따지면 임신 22~24주에 태어난 새끼양이 바이오백에서 28일 머물자 뇌와 폐가 발달하고 털이 북슬북슬 자랐다./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임신 28주 미만 이른둥이(조산아)를 건강하게 키워내는 '인공 자궁' 기술이 조만간 임상시험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기술은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이 실제 자궁 내 환경을 재현해 만든 '바이오백'이다. 연구진은 2017년 조기 출산한 새끼양을 최대 4주간 건강하게 키워내는 실험에 이미 성공한 바 있다. 최근 FDA에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을 승인 요청한 상태다.

이른둥이는 엄마 뱃속에서 정상 주수(37~42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세상에 나온 아기를 말한다. 특히 28주 미만 이른둥이는 아직 뇌와 폐, 혈관 등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해 생존율이 낮고 고혈압이나 뇌성마비, 간질 등 후천 질환을 앓을 위험이 크다. 주수를 다 채운(만기 출산) 아기에 비해 생존율이 70% 미만에 그친다.

인공 자궁 기술은 특히 현 의학기술로 건강하게 살리기 힘든 22~28주 이른둥이의 생존율과 건강상태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9~20일(현지시각) 이틀간 인공 자궁 기술의 가능성과 안전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 엄마 자궁 속 '양수'와 '탯줄'까지 구현해 이른둥이 '건강한 생존율' 높여

인공 자궁 '바이오백' 안에서는 태아가 자기 심장을 펌프질해 스스로 혈액순환을 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태아는 양수 안에 머물며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 산소와 영양분, 항체, 호르몬을 받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내보낸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자궁은 이 '양수'와 '탯줄'까지 구현했다. 아기는 양수의 구성성분을 모방한 전해질 액체에 머물면서, 탯줄 속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받고 노폐물을 내보낸다. 또한 자궁 안에서 그랬듯이 자기 심장을 뛰어 혈액순환을 한다.

현재 병원에서 이른둥이를 관리하는 인큐베이터에는 양수와 탯줄이 없다. 인공 호흡장치로 아기가 숨을 쉬도록 돕고, 생명 유지장치로 체온과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모니터링한다. 실제 자궁 환경과 판이하게 달라 조기 출산일수록 만기 출산 아기에 비해 생존율이 낮고 건강 상태도 나쁘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연구진이 2019년 아기 25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8주 미만 이른둥이가 고혈압, 뇌성마비, 간질 등을 앓을 위험은 78%로 만기 출산 아기(37%)보다 2배 가량 컸다. 반면 28주 이후 태어난 이른둥이는 인큐베이터를 거치더라도 만기 출산 아기와 비슷하게 건강하게 자랐다. 엄마 자궁 속에 안전하게 머무를수록 아기가 건강하게 살아갈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은 바이오백이 실제 자궁 내 환경과 비교적 흡사한 만큼 이른둥이가 후천성 질환 없이 건강하게 자랄 확률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바이오백에 머문 새끼양, 4주간 건강하게 발달해

자료 : 네이처

연구진은 이미 2017년 임신 120~125일 만에 태어난 미숙아 양 8마리를 바이오백에 넣어 최대 4주간 건강하게 키워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양은 대개 임신 5개월 만에 태어나므로 실험에 사용한 양의 주수는 인간으로 따지면 임신 22~24주쯤에 해당한다.

새끼양들은 바이오백에 머무는 4주 동안 뇌와 폐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온몸에는 털이 돋아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17년 4월 25일자에 실렸다.

물론 바이오백을 활용하는 데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부분도 있다. 아기가 태어난 지 단 몇 분 안에 탯줄 혈관과 인공 혈관 시스템을 잇는 기술이 관건이다. 이른둥이는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에 비해 동맥이 훨씬 작고, 아기가 태어난 직후부터 수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과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여러 연구진이 각자 인공 자궁을 개발해 동물실험을 하고 있지만,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의 성과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 자궁은 아기를 인공 양수로 둘러싸는 대신, 폐 속에만 인공 양수를 채운다. 또한 인공 심장으로 혈액순환을 시킨다. 이 방식은 아기의 심장에 부담을 주거나 뇌출혈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반면 바이오백은 실제 자궁 속에서처럼 아기가 양수 속에 머물며 자기 심장으로 혈액순환을 한다.

바이오백을 임상시험하려면 몇 가지 추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동일한 발달 상태인 새끼양보다 아기는 3분의 1~2분의 1정도 작다. 연구진이 태아를 키워내려면 바이오백에 있는 인공 혈관 시스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원숭이 등 사람이 아닌 영장류를 대상으로 먼저 동물실험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인공 자궁 기술이 더욱 발전해 미래에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전 과정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은 "그런 기술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당장 인공 자궁 기술은 이른둥이의 생존율을 높이고 만기 출산한 아기처럼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2901-1

Nature Communications(2017) DOI: 10.1038/ncomms15112

JAMA(2019) DOI: 10.1001/jama.2019.15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