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방기술연구소(EPFL)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하버드대 연구진이 척수 손상을 입은 생쥐의 운동 능력을 회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스위스 연방기술연구소

척수가 마비된 생쥐를 다시 걷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유전자치료 기술로는 척수의 손상된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실제 운동 기능을 회복하지는 못 하던 상황이다. 이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마비 환자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하버드대, 스위스 연방기술연구소(EPFL)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2일 "척수 손상으로 신체가 마비된 생쥐에게 유전자 치료를 해 신경을 재생하고 운동 능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8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유전자 치료로 생쥐의 신경을 재생하는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척수가 손상된 후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운동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실패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를 개선해 운동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선 유전자 분석으로 운동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세포를 찾았다. 그 결과, 단순히 신경세포의 재생 만으로는 기능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화학적인 신호를 함께 사용해 신경 재생 물질을 척수의 특정 영역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함께 사용하면 운동 능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발한 기술로 뒷다리가 마비된 생쥐의 신경세포의 손상 부위 반대편으로 재생 물질이 이동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생쥐는 뒷다리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됐고 걷는 것도 가능해졌다.

마이클 소프로뉴 UCLA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신경 재생의 복잡성과 기능 회복에 필요한 요소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신경학적 복원을 위해 신경을 재생하는 것뿐 아니라 표적 위치에 도달하는 유도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척수 마비 환자의 운동 능력을 회복하려면 재생 물질의 표적 위치를 다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비설치류 동물에서는 재생해야 하는 신경세포의 길이가 긴 만큼 보다 정교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연구진은 "손상된 척수를 복구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며 "다양한 형태의 신경계 손상과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