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있는 에어스메디컬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MRI 가속화 솔루션 '스위프트엠알(SwiftMR)' 을 통해 촬영한 MRI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김흥구 객원기자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에어스메디컬은 인공지능(AI)기술과 자기공명영상(MRI)을 결합한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회사가 만든 소프트웨어 솔루션 ‘스위프트엠알(SwiftMR)’은 해외 시장에 진출한 지 9개월 만인 현재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9개 국가 250개 병원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제품을 정식으로 선보인 지 1년만에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에어스메디컬은 공대 출신과 의대 출신이 의기투합해 함께 만든 회사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출신인 이진구 대표와 서울대 의대 출신 정근우 연구책임자가 2018년 10월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이혜성 대표가 이끌던 아티큐(artiQ)를 흡수합병했다. 이혜성 대표는 KAIST 바이오·뇌공학과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2019년 9월 AI·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티큐를 설립했다. 지난해 아티큐와 에어스메디컬의 흡수 합병으로 이진구 대표와 함께 에어스메디컬을 이끌고 있다.

에어스메디컬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미국 빅테크 페이스북(현 메타) AI연구소와 뉴욕대 의대가 공동 개최한 ‘글로벌 자기공명영상(MRI) 가속영상 딥러닝 복원대회(fastMRI Challenge)’에서 2년에 걸쳐 전 부문 1위를 휩쓸었다.

MRI는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과 달리 방사선 피폭이 없어 안전하고 연부조직의 대조도가 뛰어나 임상적으로 중요한 촬영 기법이다. 하지만, 촬영 시간이 30~40분이나 걸린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환자도 불편하고, 병원도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MRI 기술 분야 연구의 주요 방향성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빨리 찍을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양한 물리학적, 수학적 연구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딥러닝AI 기술이 이를 풀 열쇠로 떠올랐다. 페이스북과 뉴욕대 의대가 연 경진대회에서 이름도 없던 국내 스타트업이 1등을 한 것이다.

에어스메디컬이 MRI 가속 영상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든 의료기기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바로 ‘스위프트엠알’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영상 품질 훼손 없이 동일 시간 내에 처리 가능한 촬영 건수를 늘려 의료기관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혁신 제품으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MRI의 물리 법칙과 딥러닝 모델을 결합해 이미지를 재구성해 노이즈를 개선하고 선예도를 향상시키는 게 이 솔루션의 작동 원리이다. MRI 촬영을 할 때 가속 촬영한 MRI 이미지를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복원해 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PACS)에 전달해준다.

MRI 촬영 시간을 기존보다 최대 50% 단축할 수 있으며, 판독이 쉽지 않은 저품질 영상도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품질로 복원할 수 있다. 유지 관리가 용이하도록 서비스용 소프트웨어(SaaS) 방식이 적용됐다. MRI 제조사와 모델이 다양한 데서 비롯되는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영상국제표준(DICOM)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이혜성 대표는 “의료영상은 AI가 실수로 뭔가를 편집·삭제하거나 혹은 원래 없는 해부학적 구조물 등을 생성하면 안되는데, 촬영 영상의 노이즈 패턴을 파악해 그것만 싹 걷어내는 알고리즘이 스위프트엠알의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MRI 영상 장비 내에서 파라미터를 조정해 촬영 속도를 올리는데, 스위프트엠알은 기존 기술로 가속할 수 없었던 영상도 속도를 올릴 수 있으며, 가속 영상도 노이즈만 선택적으로 판단해 지울 수 있고, 원하는 만큼 가속하면서 원래 영상 품질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세계시장에서 스위프트엠알을 통한 촬영 횟수는 지난 달 73만건을 돌파했다.

이 대표는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에어스메디컬은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아우를 수 있는 토탈 AI 헬스케어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 “기술력과 전략 중요한 세계 의료 시장서 빠르게 성장”

이혜성 에어스메디컬 대표. /김흥구 객원기자

“에어스메디컬이 MRI 기속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5배 더 성장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이달 초 조선비즈와 만난 이혜성 에어스메디컬 대표는 “올해 말이 되면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제품의 기술력과 우수성을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40개 국가에서 에어스메디컬의 제품을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에어스메디컬이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제품 개발과 제품화부터 국내외 시장 인·허가, 출시 등의 다음 사업 단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 유효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 대표는 “대학교 연구실에서부터 시작된 연구 성과와 국제대회 등을 통해서 일찍이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입증한 덕에 제품 개발과 투자 유치가 순탄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과 2020년 프리·시리즈A 투자 단계에서 총 86억원을 유치했고, 시리즈 B단계에서는 253억원을 투자받았다. 2020년 말 스위프트엠알 제품 개발을 완료한 뒤 2021년 2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신고를 마쳤으며 그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등 빠르게 사업 단계가 진행됐다. 2022년 1월을 기점으로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해, 출시 6개월 만에 10만건 이상이 사용됐다.

이 대표는 “제품화 단계부터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추진한 덕에 많은 회사들이 어려워하는 미국 FDA 인증을 접수 후 6개월 만에 취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FDA 허가는 곧 제품 성능과 기술을 세계적으로 입증하는 관문이다.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 다른 나라의 인허가 절차도 수월해지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주요 열쇠로 여겨진다.

그는 “특히 정부의 정책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며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제품 개발과 상용화 등의 각 단계에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요 정부 부처가 구성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은 의료기기 국산화와 이를 위한 실증 및 검증을 지원해준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지원 대상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은 투자 유치를 통해 시장 검증을 받고 혁신성과 성장성이 우수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에 최대 200억원의 기술보증기금 특별보증과 기술특례상장 자문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AI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한 정맥 채혈 술기 자동화 솔루션을 추가로 개발 중”이라며 “AI, 로보틱스기술 등을 활용해 세계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더 나은 의료 경험을 제공하려는 비전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