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독일 수소항공기개발업체인 H2FLY는 세계 최초로 액체 수소연료를 이용한 비행에 성공했다. 사진은 업체가 개발한 수소전기비행기 HY4./H2FLY

독일 수소항공기개발업체인 H2FLY는 지난 7일 세계 최초로 액체 수소연료를 이용한 비행에 성공했다. 기존 수소비행기들이 수소기체를 사용한 것과 달리 이 비행기는 액체수소를 이용해 3시간 이상 비행했다. 시험 결과 기체 수소대신 액체수소를 이용하면 최대 비행거리가 750㎞에서 1500㎞까지 2배로 늘어난다.

터보프롭 항공기를 수소용으로 개조하는 미국 기업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커피캡슐'처럼 생긴 수소저장용기에 액체수소를 담아 개조된 항공기에서 전기를 생산해 프로펠러를 돌리는 파워트레인 시험을 하고 있다.

수소차에 이어 수소비행기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승객 수백 명을 태운 장거리행 대형 여객기가 수소 연료로만 운항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

공학자들은 수소 연료를 이용하는 항공엔진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이 항공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소 연료를 생산하고 안전하게 보급하는 기술이다.

◇ 매일 원자력 생산 전력의 30% 이상을 수소로 생산해야

미국 MIT 연구진은 장거리 항공편이 액체수소로만 비행하려면 미국 시카고오헤어 공항에서만 하루에 719톤이나 쓸 것으로 전망했다. 이틀치 저장분만 미국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에 있는 액체수소 저장탱크 다섯 개가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사진은 NASA의 액체수소 저장탱크./NASA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테크전문지 IEEE스펙트럼은 17일(현지 시각) 수십 수백명을 태운 대형항공기가 서울-뉴욕, 뉴욕-파리 같은 장거리 노선을 수소 연료로만 운항하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존 핸스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국제항공운송센터장(항공우주학과 교수) 연구진은 전 세계 주요 공항 100곳에 공급하려면 액체수소로 날마다 전력을 2.91TWh 만큼 생산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4800㎞ 이상 장거리 항공편에만 수소연료를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분석한 결과다. 이 전력량은 현재 전 세계에서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전력의 약 30%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미국 시카고오헤어 국제공항에서만 액체수소를 하루에 719톤이나 소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만큼의 액체수소를 생산해 저장하려면 엄청난 크기의 저장탱크가 필요하다. 이 공항에서 이틀치만 저장하는 데에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에 있는 액체수소 저장탱크와 비슷한 크기로 다섯 개쯤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또한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대비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라는 이점을 보려면 액체수소를 청정에너지나 원자력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분석됐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핀란드 바사대에서 열린 미래에너지솔루션 국제컨퍼런스 2023(FES 2023)에서 발표됐다.

◇ 커피머신에 커피캡슐처럼 안전하게 운반해 항공기에 넣는 '수소연료 캡슐'

프랑스 툴루즈-블라냐크 공항에서 수소용으로 개조된 터보프롭엔진(ATR72)을 지상 시험하고 있다./UNIVERSAL HYDROGEN

항공기가 수소 연료를 쓰면 일부 대형 공항에서는 수소를 자체 생산해 항공기에 공급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공항 대부분은 수소 생산기지를 세울 여유 공간이 없다. 다른 곳에서 생산한 수소를 공항까지 운송해와야 한다는 뜻이다.

생산지에서 공항까지 수소를 운반하려면 가스 상태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퍼지게 하거나, 미리 액화해 LPG처럼 용기에 넣어 차량으로 운반하는 방법이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하노버대 전력시스템연구소 연구진은 액체수소를 트럭으로 운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2022년 5월 국제학술지 '에너지전환및관리: X'에 실었다.

연구진은 공학적인 면에서만 보면 기체인 수소를 파이프라인으로 퍼지게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중형 공항에서는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또한 수소는 가연성이 매우 높아 먼 거리를 파이프라인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소를 액화시켜 옮기는 방식은 비교적 안전하고 저렴하며 차량 이동으로 제약이 없다.

물론 수소는 영하 252.87도 이하에서 액체 상태이므로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저장해 안전하게 장거리 운송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의 아르노 나메르 최고운영책임자는 "액체수소는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운반해야 하므로 현재 로켓연료 등을 저장, 운반하는 방식을 항공기에 쓰기에는 너무 비싸고 무겁다"며 "게다가 이 방식으로 장거리 운반하면 연료를 손실하거나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유니버설 하이드로젠 연구진은 액체수소를 운반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네스프레소 캡슐커피'처럼 액체수소를 약 200㎏씩 모듈형 캡슐에 넣는 기술이다. 커피캡슐을 전용 머신에 넣어 커피를 추출하듯이 액체수소 캡슐을 안전하게 운반해 항공기 안에서 수소를 꺼내 쓴다. 연구진은 모든 크기의 항공기에 이 캡슐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메르 최고운영책임자는 "생산지에서 캡슐에 수소를 채워 트럭으로 공항까지 옮기므로 일반 화물을 운송하는 것처럼 저렴하다"며 "공항이나 공항 근처에 수소 생산기지를 추가로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수소용으로 개조한 항공엔진(ATR72)과 캡슐형 수소 저장장치를 달아 승객이 56명까지 탈 수 있는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핸스먼 센터장은 "수소 연료 여객기가 나오더라도 인프라가 없다면 그 비행기는 날 수 없다"며 "앞으로 수소 여객기 시대를 시작하려면 이 여객기가 실제로 비행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도 함께 개발, 상용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IEEE(2023) DOI: 10.1109/FES57669.2023.10182543

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 X(2023) DOI: https://doi.org/10.1016/j.ecmx.2022.1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