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 연구팀이 바나듐에 비해 값이 싸고 원소가 풍부한 철-크롬과 철-망간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를 선보였다. 레독스 흐름 전지의 성능과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 결과다.
이현욱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동화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산화-환원하는 물질에 안정한 리간드를 붙여 레독스 흐름 전지의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고 22일 밝혔다.
레독스 흐름 전지는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활물질을 통해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폭발 위험이 낮아 안전한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바나듐이다. 레독스 흐름 전지에 쓰이는 바나듐은 특정 국가에 매장량의 대부분이 있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 낮은 작동 전압과 느린 산화-환원 반응 속도로 인해 배터리의 성능 향상에도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철과 크롬, 망간 같은 전이금속 이온에 사이아나이드 리간드가 여섯 개 붙어 있는 팔면체 모양의 '헥사시아노메탈레이드'를 음극 전해액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레독스 흐름 전지를 선보였다. 연구팀은 헥사시아노메탈레이트를 이용해 철-크롬 및 철-망간 두 가지 종류의 레독스 흐름 전지를 구동했다. 철-크롬 레독스 흐름 전지의 경우 500번 이상의 반복적인 충·방전 실험에도 99% 이상의 높은 쿨롱 효율을 유지했다. 전압도 기존의 레독스 흐름 전지보다 1.3배 이상 높았다.
철-망간 레독스 흐름 전지는 산화-환원 반응을 두 번 일으키는 '2전자 반응'이 가능해 동일 농도 대비 2배의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100번 이상의 반복적인 충·방전 실험을 통해 안정성 또한 확인했다.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저장장치로 레독스 흐름 전지의 사용을 지속적으로 고려했으나 바나듐의 높은 단가로 대형화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단가가 저렴하면서 성능이 좋은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레독스 흐름 전지의 난제를 조금이나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장지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보고된 크롬 계열 신물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며 "빠른 산화-환원 반응과 2전자 반응이 가능한 물질을 제안함으로써, 레독스 흐름 전지의 시스템의 다양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와 'ACS Energy Letters'에 함께 실렸다.
참고자료
Advanced Energy Materials, DOI : https://doi.org/10.1002/aenm.202300707
ACS Energy Letters, DOI : https://pubs.acs.org/doi/10.1021/acsenergylett.3c01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