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의 특징 중 하나는 물질에서 모든 자기장을 방출하는 마이스너 효과이다. 이로 인해 극저온에서 초전도체가 자석 위에서 공중 부양할 수 있다./미 로체스터대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LK-99를 만든 한국인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상온·상압은커녕 초전도체 자체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네이처는 16일(현지 시각)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LK-99 isn’t a superconductor)’라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했다. 앞서 네이처는 LK-99의 초전도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해외 여러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전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지난 7월 22일 국내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논문을 발표한 이후 전 세계 과학계가 한 달 가까이 검증 소동에 휩싸였다. 물리학자들이 제대로 된 검증 결과를 공개하기도 전에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에 확인되지 않은 재현 영상이 올라가며 소동을 더 키웠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검증에 나섰던 여러 연구진이 속속 부정적인 결과를 발표하면서 LK-99도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네이처는 “국제 연구진이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LK-99 샘플을 직접 받아서 검증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연구진이 검증한 결과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절연체”라고 밝혔다.

LK-99가 초전도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공개한 영상에서 LK-99라고 주장하는 은빛 물질이 자석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으로 공중에 부양해 있는 듯한 장면이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이 영상을 공개하며 초전도의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 연구진이 합성한 LK-99에서는 어디서도 이런 마이스너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하버드대 응집물리연구소에서 일했던 데릭 반 제넵(Derrick van Gennep)이라는 사람이 강자성 물질로 LK-99와 같은 모습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흑연 부스러기를 압축한 펠릿에 철제 파일링을 붙이는 식으로 강자성 물질을 만들었고, 실제로 이 물질은 LK-99처럼 움직였다.

앞서 중국 베이징대 연구팀도 LK-99가 강자성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샘플이 공중에 떠오르는 듯한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초전도체 LK-99의 자기부상 모습./김현탁

LK-99가 초전도체로 주목받은 두 번째 이유는 저항의 급격한 감소다. 국제 연구진은 LK-99가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이유도 밝혀냈다. 역시 초전도와는 상관이 없었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화학자인 프라샨트 자인(Prashant Jain) 교수는 LK-99의 저항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온도에 주목했다. 섭씨 104도에서 LK-99의 저항이 뚝 떨어지는데 이는 황화구리가 상전이되는 온도와 일치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제조법대로 LK-99를 만들면 수많은 불순물이 생기는데 이때 대표적인 게 황화구리다. 프라샨트 자인은 네이처에 “연구진이 이 사실을 놓쳤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도 순수한 단결정 LK-99를 합성한 결과 수백만 옴의 저항을 가지는 절연체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막스플랑크의 물리학자인 파스칼 푸팔(Pascal Puphal) 박사는 “LK-99에서 발견된 초전도의 흔적은 결정에 없던 황화구리 불순물에서 기이한 것”이라며 “단결정이 있으면 시스템의 본질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네이처에 논평을 거부했다. 조선비즈의 취재 요청에도 답이 없는 상태다. 다만 네이처의 결론과는 상관없이 국내 연구진이 진행하고 있는 검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물리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위는 최근 LK-99 합성에 필요한 물질을 확보해 본격적인 샘플 제작에 나선 상태다. 이달 말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Nature, DOI : https://doi.org/10.1038/d41586-023-02585-7

arXiv, DOI : https://doi.org/10.48550/arXiv.2307.12037

arXiv, DOI : https://doi.org/10.4855arXiv.2307.12008

arXiv, DOI : https://arxiv.org/abs/2308.05222

arXiv, DOI : https://arxiv.org/abs/2308.06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