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양자 초화학’의 첫 번째 증거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이론으로 존재하던 양자 화학 반응이 실제로 관찰된 것은 처음이다.
친쳉 미국 시카고대 교수 연구진은 4일 “같은 양자 상태의 입자가 집합적으로 가속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인 ‘양자 초화학(Quantum Superchemistry)’에 대한 첫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양자 초화학은 동일한 양자 상태에 있는 원자나 분자가 일반적인 입자와 다른 화학 반응을 보인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기존 화학을 ‘초월’하는 양자 간의 반응을 연구하는 화학 분야다. 기존 화학에서는 개별 원자나 분자가 충돌해 새로운 생성물을 만든다고 본다. 반면 양자 초화학에서는 양자 상태의 원자나 분자가 다 같이 집합적으로 작동하며 새로운 분자를 만든다.
하지만 양자 초화학은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다. 반응물의 양자 상태를 조절할 실험 조건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점을 감안해 양자 상태의 입자가 반응하는 것을 관찰하기 위해 세슘 원자를 절대 0도에 가까운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시켰다. 이어 양자 상태의 원자가 재배열되면서 새로운 2원자 세 분자를 형성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번에 관찰된 양자 초화학적 반응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보다 반응이 더 빨리 일어났다. 연구진은 양자 상태의 입자들이 하나의 초분자(분자나 이온들이 조직화된 거대 분자체) 상태인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상태(BEC)’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입자 간의 거리가 이미 반응이 일어나기에 충분히 가까워 별도로 충돌할 필요가 없고, 양자역학적으로 같은 상태에 존재해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번에 관찰된 양자 초화학 반응에서 반응물과 생성물은 모두 같은 양자 상태를 공유했다. 보통의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물과 생성물이 저마다 다른 양자 상태를 갖는 것과 차이를 보인 셈이다. 특히 양자 상태에서는 세 개의 원자가 충돌해 원자 두 개는 분자를 형성하고 세 번째 원자는 단일 상태로 남는 ‘삼체 반응’이 더 자주 발생했다. 기존 화학에서는 두 개의 입자가 반응하는 ‘이체 반응’이 대부분이다.
친 교수는 “화학 반응을 독립 입자 사이의 충돌로 설명하지 않고 이제는 집단적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입자 모두가 전체적으로 함께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관찰한 것은 (양자 초화학 분야의) 이론적 예측과 일치했다”며 “20년 동안 세워온 과학적 목표인 만큼 앞으로 매우 흥미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 초화학 반응을 원자보다 복잡한 분자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중요하다. 연구진은 “더 크고 복잡한 분자를 처리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며 “양자 반응에 대한 이해는 우주의 법칙과 양자 화학, 양자 컴퓨팅 기술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연구로 반응물과 생성물의 양자 상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도 “실제 응용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복잡한 분자는 원자보다 자유도가 높아 양자 상태를 모두 통일하기가 어렵다”며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현실화하기는 어려워 실용적 가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물리학’에 발표됐다.
참고 자료
Nature Physics(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67-023-021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