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파인 미트가 콩 단백질 잉크와 코코넛 오일 잉크, 물과 천연색소 등 혈액 잉크를 넣어 3D 프린팅으로 찍어낸 대체육. 왼쪽부터 앞치마살과 안심, 채끝 등심이다. 연구진은 실제 소고기의 70여 가지 특성을 분석해 맛과 식감이 매우 닮은 식물성 대체육을 만들었다./Redefine Meat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육류 생산은 1961년 이후 50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 소고기 생산량은 2배 이상 증가해 2021년 기준으로 7676만8270톤이다. 전문가들은 2050년쯤에는 지금의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원인 소고기 생산은 늘고 있는 셈이다.

소고기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됐다. 소가 풀을 먹고 되새김하는 소화 과정 동안 잦은 트림과 방귀로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는 탓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연간 7.1기가톤(Gt, 1Gt=10억t)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며, 이 중 약 65%가 소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수년 전부터 기후 환경을 생각해 소 사육을 줄이고 육식을 하지 말자는 채식주의가 유행처럼 번져왔다.

하지만 '고기 맛'은 잊기 힘들다. 최근 식품공학자들은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진짜 소고기와 풍미가 닮은 식물성 고기, 소를 키우지 않고도 하얀 마블링이 멋지게 박힌 소고기, 우유 없이도 곰팡이만으로 만드는 고소한 치즈를 내놨다. 이들 대체식품은 실제 소고기와 우유로 만든 것과 풍미가 비슷할 뿐 아니라, 영양가도 실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풍부하다. 물론 소를 사육하지 않으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 이런 놀라운 대체식품들을 개발하는 데 '3D 프린팅'과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리 손맛'부터 '씹어 삼키는 맛'까지 소고기와 동일... 사실은 콩고기

리디파인 미트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실제 소고기(좌)와 3D 프린팅으로 찍어낸 식물성 대체육 뉴미트(우)를 비교한 사진. 조리하지 않았을 때(위)와 조리했을 때(아래) 겉보기와 자른 단면, 손으로 느껴지는 촉감, 맛과 식감 등이 비슷하다./Redefine Meat

이미 오래전부터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든 고기인 '대체육'이 있었다. 바로 콩고기다. 하지만 콩고기는 진짜 고기를 대체하지 못했다. 씹는 맛부터 삼키는 맛까지 전혀 다른 데다, 콩 특유의 향이 나서다. 진짜 고기보다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점도 소비자를 외면케 했다.

요즘 개발되는 대체육은 겉보기뿐 아니라 맛과 향, 그리고 씹거나 삼킬 때의 식감마저 진짜 소고기와 닮은 수준이다. 마블링을 그대로 구현한 것도 있다.

이진규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진짜 소고기처럼 느껴지려면 빨간 색깔과 조직감,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뤄진 구성이 닮아야 한다"며 "3D 프린팅을 이용해서 소고기를 최대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팅은 프린터가 종이에 잉크를 뿌려 그림을 그리듯이, 특화된 잉크를 3차원으로 쌓아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다. 식품공학자들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바이오잉크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식품을 만든다.

이스라엘의 대체육 제조업체인 '리디파인 미트'는 소고기 조직의 형태 중에서도 마블링에 주목했다. 마블링은 고기(단백질) 조직 사이에 끼어있는 지방이다. 마블링이 잘 형성된 고기는 육즙(물)도 풍부하다.

연구진은 대중에게 인기있는 소고기를 분석해 3D 프린팅할 수 있도록 3차원 설계도를 만들었다. 소고기에 단백질과 지방, 물이 어떤 비율로 들었는지, 지방은 어떤 형태로 박혀있는지부터 생고기와 이걸 조리했을 때의 질감과 육즙, 입 안에서의 느낌(식감) 등 특징을 70가지 이상 분석했다.

3D 프린팅할 바이오잉크도 개발했다. 근육 잉크는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 지방 잉크는 코코넛 오일, 혈액 잉크는 물과 천연색소, 향미증진제 등을 넣었다. 그리고 3차원 설계도에 따라 한층 한층 찍어내 실제 소고기가 흡사한 '뉴미트'를 만들었다.

뉴미트는 겉보기뿐 아니라 칼로 자른 단면이 생 소고기와 닮았다. 손으로 만졌을 때 촉감도 비슷하다. 불에 굽거나 물에 삶는 등 조리해도 실제 고기와 비슷하게 변화한다. 겉은 단단하게 빵껍질처럼 익고 안은 육즙을 품어 촉촉하게 익는다. 뉴미트를 실제로 먹어본 사람들은 SNS를 통해 "진짜 소고기처럼 맛있다", "가격이 저렴해지면 자주 먹겠다", "식물로만 만든 게 확실한지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진규 교수는 "3D 프린팅은 두 가지 이상 물질이 제 위치를 지키며 공존하도록 만든다"며 "단백질과 지방을 각자 일정한 비율, 위치대로 쌓아 마블링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의 기후친화식품기술 개발업체 베러바이트벤처스의 공동창업자인 미샬 클라는 "현재 개발 중인 대체육의 수준은 버거 패티의 경우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실제 고기와 닮았다"며 "독일 버거킹에서 판매하는 버거의 약 20%가 식물성 패티"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소고기 세포와 혈액 쌓아 만드는 배양육

바이오잉크로 동물의 줄기세포와 혈액 등을 이용하면 3D 프린팅으로 대체육 중 하나인 '배양육'도 만들 수 있다. 배양육은 가축을 직접 키우는 대신, 실험실에서 세포배양액에 줄기세포를 키워 만든다.

배양육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개발 중이다. 하지만 실제 소고기만큼 풍부한 향미를 내지 못하거나, 고깃덩어리가 아닌 다진고기 형태로만 만들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일부 업체는 해조류나 식물성 재료로 만든 스폰지(스캐폴드)에 세포를 쌓아 고깃덩어리로 만들기도 한다.

국내 배양육 제조업체인 '팡세'는 인공 장기를 연구하던 노하우를 살려 스캐폴드 없이도 고깃덩어리를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성준 팡세 대표는 "식물성 스캐폴드를 쓰면 최종 완성품인 고기에도 남아 있어 결국 섬유질의 식감이 난다"며 "젤 성분으로 바이오잉크를 만들어 스캐폴드 없이도 고기 세포들끼리 뭉쳐지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 전체의 형태뿐 아니라 근육세포가 자라는 방향, 즉 고깃결까지 3D 프린팅으로 제어해 실제 고기와 닮은 식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싱가포르와 미국 등에서는 배양육이 식탁에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미국 잇저스트가 개발한 닭고기 배양육을 생산, 판매토록 승인했다. 미국도 지난해 11월부터 닭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다. 소고기보다 닭고기 배양육이 먼저 시판되는 이유는 닭 세포가 대량생산하기에 기술적으로 훨씬 수월해서다.

국내 배양육 제조업체 '팡세'가 3D 프린터로 배양육을 찍어내는 모습. 젤 성분으로 바이오잉크를 만들어 스캐폴드 없이도 고기 세포들끼리 뭉쳐지는 기술을 개발했다./팡세

국내에서는 내년쯤 배양육을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포 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소재도 식품원료로 인정받도록 한시적으로 기준, 규격 인정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배양육은 무균 상태에서 세포를 배양하기 때문에 생산 기간이 훨씬 짧고 광우병 같은 질병이나 항생제 남용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며 "단백질 강화 고기, 비타민 강화 고기 등 기능성 고기로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일정한 품질로 고기를 만들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 고기를 주문해도 언제나 같은 맛과 향, 식감이 나는 고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양육이 당장 나오더라도 진짜 고기보다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세포가 먹고 사는 영양분인 배양배지와 배양육 전용 배양기가 개발돼 대량생산이 저렴하고 쉬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양육을 만들려면 세포를 고밀도로 길러야 하는데 기존 배양기로는 노폐물이 빨리 쌓이고 산소도 부족해지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팡세에서는 배양육 전용 배양기와 한번에 세포를 여러 개를 쌓을 수 있는 3D 프린터를 개발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미샬 클라 창업자는 "3D 프린팅한 대체고기는 노인이나 어린이, 환자도 씹고 삼키기 쉽도록 설계해 만들 수 있다"며 "단백질과 섬유소 함량을 높이고 콜레스테롤은 줄이는 등 영양가 있는 고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규 교수는 "대체육은 최종 완성물이 얼마나 진짜 고기와 닮았느냐가 중요하다"며 "또는 그 식품만이 가진 매력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배양육 제조업체 팡세가 3D 프린팅으로 찍어낸 배양육으로 만든 요리. 고기 전체의 형태뿐 아니라 근육세포가 자라는 방향, 즉 고깃결까지 3D 프린팅으로 제어해 실제 고기와 닮은 식감을 만들었다./팡세

◇유당 알러지 있는 사람들도 편히 먹는 대체우유, 대체치즈

대체식품은 기후 환경적인 문제뿐 아니라 개개인의 알러지 등 건강 문제를 극복할 방안으로도 뜨고 있다. 미생물의 놀라운 발효 능력 덕분이다. 발효는 효모나 세균 등 미생물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당분을 분해해 다양한 풍미와 영양가를 가진 물질들을 만드는 현상이다. 빵이나 맥주, 된장, 간장, 치즈, 김치가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이유다.

식품공학자들은 미생물이 발효시키는 능력을 이용해 대체우유와 대체치즈 등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퍼펙트데이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젖소의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우유 단백질'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우유의 주요 성분인 유청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토양 미생물의 유전체에 합성해 생물반응기에 넣고 당분을 먹이로 줬다. 미생물은 당분을 먹고 유청단백질을 만들어냈다.

이들 단백질만 분리해 여과, 정제, 건조시키면 우유 단백질 분말이 완성된다. 유제품 공장에서 치즈나 요거트, 크림치즈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단백질 분말과 같다. 마찬가지로 퍼펙트데이의 우유 단백질로는 우유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치즈, 요거트 등을 만들 수 있다.

퍼펙트데이 관계자는 대체우유는 소를 키울 필요가 없으므로 같은 양의 유청 단백질을 만드는 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97%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이 들었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퍼펙트데이가 만든 우유는 맛과 영양이 진짜 우유와 비슷하다. 다만 우유보다 지방이 적고, 유당이 없어 우유만 먹으면 복통과 설사가 일어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네이처스파인드는 아예 곰팡이 자체로 치즈를 생산한다. 연구진은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 산성 온천에서 수집한 푸사리움 균주 플라보라피스를 이용했다. 이 곰팡이는 특정 조건에서 질소를 더하면 발효가 일어나면서 닭고기와 비슷한 질감을 가진 단백질이 나온다. 이 'Fy 단백질'로 고기 패티와 크림 치즈를 만들었다.

Fy 단백질에는 필수아미노산 9가지를 포함한 아미노산 20가지가 들어 있고 섬유질이 풍부하다. 지방은 같은 양의 소고기의 10분의 1 정도 들었고 콜레스테롤은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소를 기를 때보다 94%나 줄일 수 있다. 또한 가축 사육지의 1% 정도 밖에 안되는 면적에서도 곰팡이를 재배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먹어도 안전하다는 인증도 받았다.

네이처스파인드 관계자는 "곰팡이 배양 시설만 있으면 어디서든, 심지어 우주에서도 치즈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네이처스파인드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손잡고 우주용 Fy 단백질 생산 생물 반응기를 개발하고 있다. 달이나 화성에 간 우주비행사가 Fy 단백질로 만든 고기와 치즈를 먹을 수 있을 전망이다.

미생물 발효를 이용한 대체 유제품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환경적인 이점뿐 아니라 원래보다 훨씬 풍부한 맛과 영양분을 낼 수 있다. 장류와 김치처럼 미생물 발효를 거치면 원재료에서 수많은 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이 만들어지는 덕분이다. 또한 발효를 거친 식품은 노인이나 어린이, 환자들도 소화하기 쉽다.

미국 스타트업 네이처스파인드가 곰팡이에서 생산한 Fy 단백질.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 산성 온천에서 수집한 푸사리움 균주 플라보라피스를 이용하면 닭고기와 비슷한 질감을 가진 Fy 단백질이 나온다. 이 단백질로 고기 패티와 크림 치즈를 만든다./Nature's Fynd


참고 자료

State of the Industry Report: Plant-based meat, seafood, eggs, and dairy(2022), Good Food Institute

State of the Industry Report: Cultivated meat and seafood(2022), Good Food Institute

State of the Industry Report: Fermentation(2022), Good Food Institute

Current Developments in Nutrition(2019), DOI: 10.1093/cdn/nzz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