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주가 생산한 곡물용 옥수수 생산량. /미 농무부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미국 중부의 콘벨트(옥수수 대량 생산 지역)의 옥수수 작황이 미 농무부(USDA)의 전망보다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미국의 옥수수 작황은 세계 식량 공급 상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 대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우 식량 수급과 축산업, 에너지 생산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25일 인공위성 서비스기업 나라스페이스가 공개한 2023년 7월 옥수수 수확량 예측 결과에 따르면 미국 콘벨트 지역 대부분의 수확량이 평균 20% 하락하면서 콘벨트 지역의 옥수수 수확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 중부와 북부에 걸쳐 있는 콘벨트 지역은 한반도 전체 면적의 2배에 이르는 거대한 옥수수밭이다. 해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생산량은 3억7000만t 이상으로 미국 전체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 오하이오주는 지난해와 비교에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리노이주는 지난해보다 옥수수 수확량이 46% 가량 하락해 미국 콘벨트 지역에서 수확량이 가장 낮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일리노이주의 작황이 이처럼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6월에 북미를 강타한 심각한 가뭄의 영향이 크다. 콘벨트 지역에서는 파종이 남쪽 주에선 이르면 3월부터 시작해 북쪽 주에선 5월 말에 끝난다. 추수는 10월 초에 시작해 11월 중순이 되면 대부분 지역에서 수확이 끝난다. 이달 들어 이 지역에 비가 내려서 가뭄은 다소 해갈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창 성장할 시기 가뭄을 겪으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옥수수 수확량 예측. 자료=나라스페이스

반면 캔자스주는 지난해보다 평균 수확량이 대체적으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캔자스주 일부 지역에서 수확량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며 대부분 지역은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수확량 평균 상승률이 수확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나라스페이스는 분석했다.

이밖에 켄터키주와 미주리주, 미시간주, 네브래스카주에서는 평균 옥수수 수확량의 상승률과 하락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역별로 수확량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다코타주와 사우스다코타주는 다른 주들과 비교했을 때 편차가 고르게 나타나 옥수수가 잘 생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옥수수는 식량은 물론 가축 사료와 바이오 연료, 제지산업 등에 중요한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곡물이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옥수수 수확량의 31.9%를 생산하고 전 세계 옥수수 무역량의 약 50~70%를 차지하고 있다. 콘벨트 지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수확량은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 농무부는 작물 판매자와 구매자가 올해와 내년 식량 수급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도록 해마다 8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작물 생산량 분석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분석은 미 농무부의 예측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시기인 7월에 나온 예측 보고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 농산물 거래 시장 동향을 미 농무부보다 한 달 빨리 제공했다.

실제로 이번 분석은 최근 미 농무부 예측치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일치하고 있다. 캐나다 농업전문 매체 웨스턴프로듀서는 글로벌컨설팅회사 DTN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토드 헐트먼의 말을 인용해 미 농무부의 최신 옥수수 수확량 추정치가 너무 높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 농무부는 2023~2024년 미국 평균 옥수수 수확량을 1에이커당 177.5부셀(bu, 1bu=27.22㎏)로 잡으면서 한 달 전 예상치 181.5bu보다 낮췄다. 이를 전체 수확량으로 환산하면 3억8915만t에 이른다. 헐트먼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의 가뭄 모니터 지도가 미국 작물 수확량에서 암울하던 2012년 지도와 유사하다"며 "미 농무부 수확량 예측치가 여전히 너무 높으며 중서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에이커당 175부셸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12년 미국 대륙 전역의 연평균 기온은 13도로 당시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 올해는 2012년도만큼은 아니지만 올 여름 가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2년 6월부터 미국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한 옥수수 작황 예측 모델 정확도. 자료=나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는 이번 분석을 위해 인공위성 데이터와 기상 자료를 활용해 작황과 수확량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최근 10년 새 콘벨트 지역의 옥수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강우량과 온도 같은 기상 자료, 위성 영상의 지표면 반사도를 활용해 산출한 식생지수(NDVI)로 넓은 범위에 해당하는 식생 건강도를 추산하고 미 정부의 옥수수 수확량 통계를 활용해 만든 모델이다.

지구관측 위성에는 땅에서 반사된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포착하는 분광계가 달려 있다. 건강한 채소는 엽록소가 파란색과 붉은색을 잘 흡수하고 근적외선을 잘 반사해서 초록색을 띠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붉은색을 흡수하지 못해 갈색이나 노란색을 띤다. 식생지수는 위성영상 자료의 근적외선과 적색 밴드 영상의 차를 두 영상의 합으로 나눈 식으로 녹색식물의 상대적 분포량과 활동성, 엽면적 지수, 엽록소 함량, 광합성 흡수 복사량 등 식물의 성장과 관련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토양의 수분 함유량은 토양 질감과 관련이 있는데 건조한 토양은 수분 함량이 높은 흙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표면 반사도를 보인다.

나라스페이스는 이들 정보와 옥수수 수확량 통계치를 이용해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로 수확량 예측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개발된 모델은 불볕더위와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연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높은 정확도의 옥수수 수확량 예측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옥수수 작물은 주로 6월부터 생장을 시작해 7월까지는 최종 수확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옥수수의 수확 시기인 9월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수확량 예측값이 변화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한 '작황 예측 솔루션'은 이상기후가 발생해 특이점이 있던 시기에도 미국 콘벨트의 대부분 주에서 옥수수 수확량에 대해 약 93%의 예측 정확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콘벨트 지역 옥수수 수확량과 예측치 비교. 자료=나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7월에 제공하는 예측 보고서의 경우 정확도가 낮을 수 있지만 올해 작물의 수확량이 어떤 추세를 보일지, 시장이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예측하려는 수요자에겐 필요한 정보"라며 "미 농무부의 발표에 따른 옥수수 선물시장의 가격 변화가 발생하기 전 선제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는 2022년 6월 28일 이래 옥수수 가격이 부셀당 7.7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6.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8달러까지 가격이 언제든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위성 활용 플랫폼 '어스페이퍼(EARTH PAPER)'에서 미국 콘벨트 지역에 대한 옥수수 수확 예측량을 살펴볼 수 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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