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국제특허(PCT) 출원을 위해 사전 조사를 의뢰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검증된 조사 시스템을 활용해 특허 출원을 늘려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제특허(PCT)는 특허협력조약 회원국 간 하나의 출원만으로 여러 국가에 동시에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 효과를 내는 제도다. 이들은 국제조사를 통해 PCT를 내기 전 유사한 기술이 존재하는지를 미리 살펴볼 수 있다.
25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의뢰된 국제특허(PCT) 국제조사는 총 3만577건으로, 유럽(8만4128)·중국(7만3908)·일본(4만8925)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미국(2만3971)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PCT 의뢰 건수가 4.4% 증가했다. 세계 지식재산 5대 강국인 한국·미국·중국·유럽연합·일본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1.2%, 유럽은 0.1% 늘었다.
2018~2022년 5년간 증가율을 봐도 한국은 5대 강국 중 2위에 올랐다. 1위는 중국(7.3%), 3위는 미국(2.2%)이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 PCT 국제조사를 의뢰한 외국 다출원 기업 5개사 중 4개사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마이크론, 인텔, 램리서치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AMAT의 국내 PCT 국제조사 의뢰건수는 2018년 340여건에서 지난해 720여 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특허청에 PCT 국제조사를 많이 의뢰하는 이유는 국내기업들이 PCT 국제출원을 적극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PCT 건수는 세계 4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이유는 국내 기업의 PCT 국제출원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제 PCT 건수는 세계 4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의 PCT 국제조사 접수현황을 보면 삼성전자·LG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의 의뢰가 71.6%(2만1907건), 미국에서 의뢰한 건은 25.9%(7911건)의 비중을 보였다.
국내 특허청에 들어온 외국 의뢰건을 기술분류별로 보면 컴퓨터(988건), 반도체(832건), 토목공학(633건), 배터리(전기기계·에너지, 630건), 측정(600건) 분야 등이 주를 이뤘다.
반면 중국(99.6%), 일본(99%) 미국(96.1%)은 대부분 자국기업의 PCT 출원에 대한 국제조사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PCT 국제조사를 국내 특허청에 맡기는 이유는 한국이 조사 품질, 가격, 신뢰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반도체 기술을 비롯한 첨단산업이 발달해 최신 기술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조지훈 특허청 국제특허출원심사팀장은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 기업이 우리나라에 PCT 국제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우리 특허청의 신뢰도가 높고, 고품질의 국제조사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PCT 국제조사 결과는 출원인이 특허를 받고자 하는 모든 나라에서 참고하고 있어,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이 기술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