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활용 가치가 큰 물질을 만들어 높은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김웅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인하대와 공동으로 이산화탄소를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삼차 뷰틸 알코올로 바꾸는 촉매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전 세계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이산화탄소를 산업적 가치가 큰 물질로 바꾸는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탄소 1개와 산소 2개로 이뤄져 탄소 기반의 다양한 화학 물질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워낙 안정한 구조를 가져 많은 에너지가 드는 만큼 반응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촉매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까지 개발된 촉매로는 일산화탄소, 개미산, 메탄올처럼 탄소 1개를 가지는 분자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삼차 뷰틸 알코올처럼 탄소를 여러 개 포함하는 '다탄소 화합물'은 만들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산화탄소로 다양한 화학 원료를 만들려면 새로운 형태의 촉매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려대 연구진은 구리와 이리듐 합금을 이용해 나노 입자 형태의 촉매를 개발했다. 나노 입자 촉매의 표면에는 이리듐이 많고 중심에는 구리가 많은 구조로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다탄소 화합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리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활용했다. 다탄소 화합물이 만들어지려면 촉매가 반응을 일으킬 때 산소와 강하게 결합해야 한다. 실제로 촉매가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살펴봤을 때, 이리듐과 산소가 결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15%가량의 효율로 이산화탄소를 삼차 뷰틸 알코올로 바꾸는 효율을 보였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전환 효율이 1%에 미치지 못했다. 삼차 뷰틸 알코올은 화장품의 핵심 원료 중 하나로 주성분을 녹이는 용제나 향료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담체에 사용된다.
연구진은 "4개 이상의 탄소를 포함하는 다탄소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상용화를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만드는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지난 4월 17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dvanced Energy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enm.202300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