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할 예정이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고 2차 발사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1차 발사가 진행된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인공위성 서비스기업 나라스페이스는 2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의 엔진 연소시험장에서 지난 9일 이후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위성 서비스기업 플래닛랩스가 찍은 사진을 보면 북한이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할 때 인력과 장비를 보호하고 정찰위성에 노출을 피하려고 설치한 개폐식 보호시설이 지난 9일 이후 엔진 테스트 스탠드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측은 통상적으로 실제 테스트 기간 동안 엔진 테스트 스탠드 옆으로 이 시설을 옮겨왔다. 현재로선 북한이 이 시설을 옮긴 배경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 국가우주개발국(NADA)이 천리마-1형 발사 실패 후 "될 수 있으면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이런 움직임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인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천리마-1형 발사 실패 원인을 '신형 발동기(액체연료엔진)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새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2차 발사를 앞두고 새 엔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분석기관 38노스도 기술적으로 2차 발사까지는 수 개월 이상이 걸리겠지만 위원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재촉한다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발사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1차 발사가 이뤄진 서해위성발사장의 새 발사장 주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았다. 이는 플래닛랩스 위성이 지난달 30일 발사를 하루 앞두고 촬영한 새 발사대(갠트리 타워) 주변이 발사 지원 차량 등으로 분주했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나라스페이스는 새 발사장이 지난 31일 1차 발사 이후, 발사체를 갠트리 타워에 장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동식 조립건물의 위치가 바뀐 것 이외의 변화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IMO에 통보했던 기간에서 일주일이 지난 18일에도 동창리 새 발사장은 1차 발사 전날의 상황과 달리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3번의 발사를 진행했던 서해위성발사장의 기존 발사장에서 약 2.7km 떨어진 바닷가 인근의 새 발사장에서 새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했다. 발사 당일 해외 분석기관은 기존 발사대에서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분석한 반면 국내 정보기관은 새 발사대를 사용했다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일었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 수 시간만에 새 발사대에서 쏘아올리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북한의 신형 우주발사체 발사는 지난 3월부터 준비 활동이 포착됐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3월 1일 촬영된 서해위성발사장 남서쪽 해안에서 부두 건설로 보이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3월 12일 촬영된 영상을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동창리에 새 발사장 부지는 허허벌판이었다.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인근 해안에 새로운 발사장을 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발사 2주 전이다. 5월 22일 찍힌 사진을 보면 동창리 새 발사장은 1차 발사 일주일 전, 조립건물 등이 윤곽을 드러냈다. 발사 하루 전인 지난 30일에는 이동식 조립건물의 색상이 파란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뀌고 발사 지원 차량이 증가하는 등 발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이후 찍은 사진들에서는 발사 지원 차량이 사라지고 별다른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던 발사 계획 기간 동안에는 새 발사장 외에도 동창리에 있는 기존 발사장에서도 바쁜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찍은 사진에서는 이동식 건물과 발사대 인근에 지원 차량이 주차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발사 계획 기간이 끝난 뒤 동창리에 있는 두 발사장에서 천리마-1형 발사 당시와 같은 분주한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분석은 나라스페이스의 분석팀이 3월12일부터 6월18일까지 플래닛랩스의 위성을 활용해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이 있는 동창리 일대를 집중 모니터링해 얻은 내용이다. 이번 분석에 동원된 위성을 제공한 미국의 위성 플랫폼 기업 플래닛랩스는 지구 저궤도에 150기 이상의 지구관측용 소형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위성은 매일 3억5000만km 면적의 이미지를 수집하는데 이는 한반도 국토 면적의 1585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이번 분석에는 플레아데스 위성과 스카이샛-5호 위성이 활용됐다. 두 위성은 가로 50㎝, 세로 50㎝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0.5m 해상도를 가진 광학카메라가 실려 있다. 이들 위성은 마치 연결된 기차처럼 같은 궤도를 따라 같은 지역 상공을 하루에 5~7번씩 지나며 땅 위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스캔하듯 볼 수 있어 북한의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자연재난, 농작물 작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링하는 데 유용하다.
자세한 내용은 나라스페이스 위성 활용 플랫폼 어스페이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ko/insight/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