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사람의 뇌 활동을 학습해 유행곡을 예상하는 인공지능(AI)이 나왔다. 콘텐츠 산업에 적용하면 활용도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픽사베이

미국 연구진이 인간의 뇌 활동을 분석해 앞으로 유행할 음악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신경예측'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문화 콘텐츠를 더 쉽고 빠르게 만드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폴 자크 미국 클레어몬트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인공지능 프론티어'에 "사람의 뇌 활동을 학습해 유행곡을 예측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좋은 음악 들으면 뇌 활동 변화…AI가 포착한다

음악 시장에는 매일 수만곡 이상의 신곡이 쏟아져 나온다. 가수는 수많은 경쟁을 뚫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 줘야 하지만,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미리 알기란 쉽지 않다.

연구진은 음악을 듣는 사람의 뇌 활동을 측정해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음악을 찾는 AI를 개발했다. 음악을 듣고 나타나는 뇌의 긍정적인 신호를 활용해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찾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 33명에게 뇌 활동 센서를 착용하고 유행 정도가 다른 24곡의 음악을 차례로 듣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각 참가자의 뇌 활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음악에 대한 선호도와 현재 기분, 유행을 예상하는지도 물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선호도를 예측하도록 했다.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 생리학적 변수를 고려한 알고리즘도 새롭게 개발했다.

뇌 활동을 분석한 AI는 97%의 정확도로 유행곡을 구분해냈다. 유행곡을 분석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통계 모델로 정확도 69%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뛰어난 수치다. 심지어 음악의 첫 1분을 듣고 뇌 활동을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했을 때도 82%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자크 교수는 "단 33명의 뇌 활동만으로도 수십만명 이상이 선호하는 음악을 찾았다는 점에서 유행을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에 개발한 AI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용하면 보다 쉽게 사람들이 좋아할 노래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이 기술이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속마음을 알아내는 데 뛰어나다고 성명했다. 음악뿐 아니라 영화·TV프로그램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도 적용해 성공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경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가 상용화되면 파급력을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의 인종, 연령이 다양하지 않았지만,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AI를 구현할 수 있는 만큼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있는 알리바바 패션 AI스토어 매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AI 추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알리바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 AI가 알고 있다

AI를 활용한 미래 트렌드 예측은 여러 산업계에서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특히 패션·식품처럼 재고 관리가 중요한 분야가 대표적이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지난해 지리정보를 기반으로 패션 트렌드를 분석하는 AI 모델 '언더그라운드 맵'을 개발했다. 미국 내 37개 도시에서 시민들의 패션 스타일을 수집해 AI로 분석해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카비타 발라 미국 코넬대 교수는 "패션 산업에서 지역별 전략을 세우는 것은 물론 인류학자들의 문화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 데 AI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BM은 2019년 아일랜드 식품 기업인 케리 그룹과 공동으로 식품 트렌드 예측 AI인 '트렌드스포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다가올 식품 트렌드를 예측하고 신상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실제로 트렌드스포터를 통해 아보카도 커피, 니트로 콜드브루 커피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유행할 것이라 예상한 바 있는데, 실제 이 음식들이 유행하기도 했다.

앞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AI 기술의 시장 가치는 계속 커질 예정이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2020년 발표한 '마케팅용 인공지능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마케팅용 AI 시장 규모는 2018년 64억6000만달러(약 8조2623억원)에서 매년 30%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2025년 시장 규모는 4000억9000만달러(약 511조7151억원)로 7년 간 30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마케팅용 AI는 산업 트렌드를 예측을 포함해 소비자 행동 예측, 자동 광고 기능을 탑재한 경우를 말한다.

참고자료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DOI: https://doi.org/10.3389/frai.2023.1154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