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6 로켓 /유럽우주국

유럽이 지구 저궤도와 달까지 인간을 실어 나를 독자 우주선을 개발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우주인들은 지금까지 미국의 스페이스X나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빌려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 인도까지 유인 우주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유럽이 독자 개발에 나서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 시각) 유럽우주국(ESA)이 향후 10년간 유럽 우주비행사를 우주 궤도와 달로 보낼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하기 위한 제안서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요제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파이낸셜타임스 우주 투자 회의에 앞서 응한 인터뷰에서 "유럽이 독자적 유인 발사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우주 경쟁을 따라잡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미국과 중국,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유인 우주 발사)은 상당히 인상적"이라면서 "한 걸음 물러서서 유럽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보면 유럽이 한 일이 별로 없고 많은 기회 중에서 일부는 놓쳤다"고 말했다.

ESA가 독자 유인 우주 발사에 나선 것은 급증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경쟁국과 비교해 유인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에 투입될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을 비롯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다양한 유인 발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역시 톈궁 우주정거장의 구축을 마치고 선저우호에 우주인을 태워 우주로 보내고 있다. 인도 역시 유인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크게 늘고 있다. ESA가 의뢰해 작성한 유인과 로봇 우주 탐사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각국 우주국과 민간 기업이 추진하겠다고 내놓은 달 관련 사업만 100개가 넘는다. 현재 유럽은 이 중 두 개만 앞서고 있다.

보고서는 유럽이 독자적 유인 발사 능력이 없고 사람들을 우주로 보내는데 비(非)유럽 파트너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SA는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미국에만 매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슈바허 사무총장은 "유럽 우주비행사가 언제 달에 착륙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된 시간표는 없지만 10년이 지나기 전에 이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슈바허 사무총장은 또 "유럽의 우주비행사를 저궤도는 물론 그 너머까지 태울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하려는 ESA 프로그램은 유럽이 우주 조달을 관리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NASA는 2000년대 초 자체 우주선을 개발하는 대신 민간에서 화물 운송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하면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부상하는 원동력을 만들었다. ESA도 같은 방식으로 유인 우주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A는 11월 회원국 장관 회의에 제출하기 위해 다른 시나리오와 다른 비용 추정을 준비하고 있다. 전액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할지는 내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SA는 비EU 회원국인 영국과 스위스도 개발에 포함하기로 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소유즈 로켓의 접근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기존 위성 발사 능력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4월 유럽의 16억 유로 규모의 주스 우주선을 목성의 얼음 위성으로 발사한 아리안5 로켓은 이번 달 마지막 비행에 나선다. 하지만 후속 모델인 아리안6 로켓은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베가C로켓은 지난해 발사에 실패한 뒤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ESA는 유럽이 이미 향후 10년 이내에 자체적인 인간 발사 능력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많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기 위해 NASA가 개발한 오리온 우주선에는 전기, 물, 산소를 공급하는 유럽 서비스 모듈이 이미 들어간다. 유럽은 또한 매년 저궤도에 있는 ISS로 화물을 운반하는 자동 운송 우주선을 보유하고 있다. 아리안6을 업그레이드될 수 있지만 아직 유인 발사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아리안스페이스가 유럽 13개국 300개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아리안6은 길이 60m, 무게 900t의 3단형 우주발사체다. 하단 고체 추진로켓이 2개인 모델과 4개인 모델이 있다.이 중 아리안62 모델은 3만km 상공의 정지궤도에 4.5t을, 지구저궤도에는 10.3t을 실어 나르는 능력이 있다. 64모델은 정지궤도에 11.5t을, 지구저궤도엔 20.6t을 실어나르는 모델이다.

NASA의 전략이 스페이스X의 출현을 장려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별도의 발사체와 우주선을 개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ESA는 앞서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세계 최초의 장애인 우주비행사를 포함해 새 우주비행사 17명을 공개했다. ESA는 또 향후 5년 동안 지출을 17% 늘린 169억 유로로 늘리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