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료연구원 연구진이 이차전지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집전체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한국재료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이차전지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기존에 많은 연구가 이뤄진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이 아닌 집전체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소재로 실제 공정에 적용하면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 수명을 크게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지훈 한국재료연구원 그린수소재료연구실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이 서울대, 강릉원주대와 공동으로 3차원(3D) 다공성 탄소계 집전체 소재를 개발해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집전체는 배터리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 두께의 얇은 막이다.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극 무게와 부피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경량화에 방해가 된다. 또 배터리 내부에 수분이나 공기가 유입되면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집전체가 부식돼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탄소를 이용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3D 다공성 구조의 집전체를 개발했다. 기존 소재는 2차원(3D) 평면 구조로 활물질과 계면 접촉 면적이 제한적이었지만 3차원 탄소계 집전체는 계면 접촉 면적을 크게 높여 안정성과 수명을 높일 수 있었다.

연구진은 탄소와 탄소나노튜브(CNT)를 이용해 음극용 집전체를 만들고, 리튬·탄소·CNT를 이용해 양극용 집전체를 만들어 기존 방식의 집전체와 성능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이번에 개발한 집전체는 기존보다 에너지 저장 용량이 17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속도는 24% 증가하고, 내구성도 21%도 늘었다.

연구진은 다공성 구조를 통해 리튬 이온의 이동이 빨라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기존 배터리 양산 공정을 고려한 생산 방식도 적용해 환경 변화에 따라 소재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탄소계 기반 집전체의 상용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소형부터 중·대형 에너지 저장장치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집전체의 활용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기술 경제성이 고도화된 에너지변환 기술 개발에 대한 후속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 인터페이시즈'에 지난달 18일 표지 논문으로 소개됐다.

참고자료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DOI: https://doi.org/10.1021/acsami.3c02492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 왼쪽부터 이지훈 박사 한국재료연구원 선임연구원, 최인석 서울대 교수, 신중호 강릉원주대 교수, 전종한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