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봉한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 중에 고립된 우주 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이 나홀로 생존하는 모습을 그렸다. 마크 와트니가 우주 기지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였다. 미 우주항공국(NASA)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에 지은 모의화성 거주지에는 영화 '마션'을 본따서 실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설도 들어갔다.
영화 속에서 마크 와트니는 마침내 화성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가 떠난 화성 기지는 텅 비게 된다. 그런데, 마크 와트니의 배를 채워주던 감자들은 잘 자라고 있는 걸까.
마크 와트니처럼 화성 탐사 대원도 아닌 평범한 지구인이 화성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무려 화성에서의 생중계다.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궤도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의 우주 발사 20주년을 기념해 탐사선에 탑재된 시각 모니터링 카메라(VMC)를 이용해 1시간 동안 화성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고 2일 밝혔다.
'붉은 행성으로부터의 첫 실시간 중계(First livestream from the Red Planet)'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생중계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1시부터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다. 유럽중앙서머타임 기준으로는 2일 오후 6시다. 생중계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ESA 15개 회원국이 러시아와 함께 개발한 유럽 최초의 화성탐사선이다. 2003년 6월 2일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됐고, 이후 2003년 12월 25일 화성 상공 273㎞의 타원궤도에 도달해 지금까지 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
ESA의 제임스 고드프리 박사는 "VMC는 공학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매우 오래됐기 때문에 100% 작동하리라는 확신은 없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화성 사진은 며칠 전에 찍은 것들인데 이번에 화성의 '지금' 모습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SA가 화성의 모습을 생중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실시간으로 보는 건 18분 전의 모습이다. 마스 익스프레스가 촬영한 영상이 지구로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17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이걸 다시 서버를 통해 처리하는데 1분 정도가 걸린다.
우주에서의 생중계는 극히 드물다. 우주 탐사선이 수집한 데이터는 보통 기간을 정해놓고 몇 시간에 한 번, 혹은 며칠에 한 번씩 지구로 보낸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무리해서 생중계를 시도하지 않는다. 우주에서의 생중계 중 가장 유명한 건 달 표면을 걷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이었다.
ESA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ESA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되는 생중계에 참여해 마스 익스프레스의 20번째 생일을 축하해 달라"고 말했다.
생중계를 보려면 ESA의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live/4qyVNqeJ6wQ?feature=share)에 접속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