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기술로는 촬영하기 어려운 깊이의 인체 조직을 촬영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최원식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부연구단장, 이예령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김동영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한 연구단 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생체 내부를 깊고, 정확하게 볼 수 있는 3차원(3D) 현미경을 개발했다. 두개골에 둘러싸인 뇌 영상을 촬영하거나 피부 아래에 있는 세포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의료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원식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이예령 건국대 교수와 공동 연구로 영상 촬영의 장애물로 여겨지던 산란광을 이용해 더 깊은 생체 조직을 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빛은 생체 조직을 통과하면서 그대로 직진하는 직진광과 조직에 부딪쳐 무작위 방향으로 굴절되는 산란광을 만든다. 특히 생체 조직의 깊은 곳으로 갈수록 산란광의 비율이 많아지는데, 이로 인해 현미경 영상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또 직진광의 각도와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면서 색수차가 발생해 영상의 해상도도 크게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확도가 높은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왜곡된 영상을 복원하는 보정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깊은 생체 조직으로 갈수록 온전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직진광의 양이 크게 줄어 기존 기술로는 복원이 어려워진다는 한계가 있다.

IBS 연구진은 영상 촬영의 장애물로 여겨지던 산란광의 3D 정보를 활용해 촬영 깊이와 해상도를 개선한 ‘입체 반사행렬 현미경’을 개발했다. 생체 조직 깊은 곳에서 강도가 약해지는 직진광을 대신해 산란광으로 영상을 얻는 방식이다.

입체 반사행렬 현미경을 개발하기 위해 우선 입사하는 빛의 파장과 각도를 바꿔가며 산란된 빛의 3D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보정해 기존 현미경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고해상도 3D 영상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입체 반사행렬 현미경에 두 종류의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산란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얕은 깊이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영상 촬영이 불가능했던 깊은 조직까지 촬영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직진광의 세기를 32배까지 높였다. 또 여러 깊이의 영상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직진광의 세기를 5.6배 높였다. 직진광이 강해지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깊이가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예령 교수는 “기존 기술보다 더 선명한 영상을 얻는 것은 물론, 기존 기술로는 촬영할 수 없었던 깊이의 물체의 영상도 얻을 수 있다”며 “불청객 취급받던 다중산란을 이미징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원식 부단장은 “입체 반사행렬 현미경은 현존하는 현미경 기술 중 가장 광범위한 빛과 매질 간의 상호작용 정보를 수집해 활용했다”며 “산란매질 내부 이미지 복원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4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7467-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