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주요 점검을 마치고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시작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들은 발사 2시간 40분을 남기고 신중하게 발사 운용 절차를 한 단계씩 해결해나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25일 오후 3시 40분 누리호 추진제 주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진제 주입은 발사체의 전기 계통과 추진공급계 점검을 모두 마친 뒤 진행되는 만큼, 발사가 임박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전날에는 추진제 주입 전에 지상설비의 통신에 이상이 생겨 발사가 중단됐다.

항우연은 이날 오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에서 발사 재시도 결정을 내린 후 오후 12시 14분부터 발사 운용 절차에 도입했다. 발사관리위는 전날 발생했던 발사체 헬륨저장 탱크와 지상 장비를 잇는 제어 시스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오류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판단하고 발사 재시도를 확정했다.

발사 운용 절차가 시작된 지 50분 정도가 지난 오후 1시 2분부터 추진공급계 점검이 시작됐다. 추진공급계 점검은 오후 1시 7분 연료탱크의 상온고압탱크 충전으로 시작했다. 상온고압탱크 충전은 15분 정도 소요돼 이날 오후 1시 22분 종료됐다.

추진공급계 점검은 총 56분간 진행돼 오후 1시 58분에 마무리됐다. 전날 제어 시스템 오류가 산화제탱크 내부에 있는 헬륨탱크를 해압(압력을 낮추는 작업)하는 추진공급계 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것을 고려하면 순조롭게 진행되고 셈이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5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3차 발사시각(18시 24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진공급계 점검을 마친 뒤 오후 2시 6분부터는 산화제 액체산소를 투입하기 위한 산화제 공급시스템 냉각이 시작됐다. 누리호는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가 만나 추진하는데, 액체산소가 기화하지 않고 주입되려면 영하 183도로 냉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산화제 공급시스템 냉각 이후엔 오후 2시 56분부터 본격적인 산화제 냉각 작업이 시작됐다.

추진제는 오후 5시 40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엄빌리컬(umbilical·탯줄)을 통해 주입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주입을 시작했지만,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연료와 산화제가 원하는 만큼 주입되는지, 극저온의 산화제가 들어가면서 공급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

추진제 주입 전 오후 3시 23분 나로우주센터와 누리호 간 통신 점검도 진행됐다. 나로우주센터와 누리호의 통신이 원활해야 위치와 위성 사출 여부 등의 데이터가 수집된다.

추진제 주입과 모든 점검이 끝난 뒤 오후 5시 54분쯤에는 누리호 기립 장치를 제거한다. 이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발사 10분 전인 오후 6시 14분 발사자동운용(PLO)이 가동된다. PLO가 가동되더라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결함이 있을 경우, 발사 운용은 중단된다.

누리호는 오후 6시 24분 발사된다. 비행시간은 총 18분 58초로 1단 엔진 점화 이후 엔진 추력이 300t이 도달하면 지상고정장치(VHD)가 해제되면서 이륙할 예정이다. 누리호의 주요 임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태양동기궤도인 고도 550㎞ '여명-황혼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누리호 발사를 준비하는 항우연 연구진들은 이날 발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밤을 새워 제어 시스템 오류를 해결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현재 상태로는 전날 발생한 문제는 모두 해결한 상태"라며 "피로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연구진들은 문제가 해결된 만큼 가능하면 빨리 도전하고 싶은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