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소자의 과열 현상을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 표면에 표면파를 만들어 반도체 성능 개선의 장애물인 열을 쉽게 분산하는 방식이다. 향후 초고성능·초소형 반도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봉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반도체 기판의 금속 박막에서 발생하는 열이 전달되는 방식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18일 밝혔다.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소자가 점점 작아지면서 발열로 인한 성능 저하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자에서 발생한 열이 제대로 분산되지 않으면 신뢰성과 내구성을 떨어뜨리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발열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KAIST 연구진은 반도체 소자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면 플라즈몬 폴라리톤 현상을 활용했다. 표면 플라즈몬 폴라리톤은 금속과 유전체의 경계면에서 만들어지는 표면파로, 기판에 금속 박막을 입히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반도체 소자에서 만들어진 열이 이 파장을 통해 주변으로 전파되며 분산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반도체 기판으로 활용되는 이산화규소에 티타늄 금속을 입혀 표면 플라즈몬 폴라리톤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그리고 레이저를 사용해 특정 부위에 온도를 높인 후 열이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는지 실험했다.
실험 결과, 열은 기판의 위, 아래 모두로 확산되며 빠르게 식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경 3㎝, 두께 10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인 박막 기준으로 기존 방식보다 열 전달 속도가 약 25% 빨라져 효율적으로 열 순환이 일어났다.
반도체 소자에서 열 전달 속도는 일반적으로 두께가 얇아질 수록 느려진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방식을 활용하면 두께가 얇아질수록 효율적으로 열을 전달할 수 있었다. 소형화로 인해 두께가 점점 얇아지는 반도체의 열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봉재 교수는 "기판 위에 증착된 금속 박막에서 일어나는 표면파에 의한 새로운 열전달 모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초고발열 반도체 소자에서 효과적으로 열을 분산할 수 있는 나노스케일 열 분산기(heat spreader)로 응용 가능하다ˮ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달 26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Physical Review Letters, DOI: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30.176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