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레독스 전지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레독스 전지는 화재 위험성이 낮고, 수명이 길어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친환경 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고, 탄소 배출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홍석원 GIST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유기 분자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전해질을 개발해 고용량·고출력의 레독스 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레독스 전지는 전해액에 포함된 활성물질이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며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전하는 방식으로, 유기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물을 기반으로 한 수계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이 낮은 장점이 있다. 수명도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길어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활용될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레독스 전지의 에너지 용량을 높이려면 높은 농도의 활성물질이 전해액에 녹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활성물질은 용해도가 낮고, 이온전도도를 높이기 위한 물질을 첨가하면서 용해도가 더 낮아지는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IST 연구진은 레독스 활성을 갖는 유기 분자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전해질을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유기 분자는 합성법과 분자 구조를 바꿔가며 용해도와 전위를 조절할 수 있어 에너지 저장 용량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저장량은 적지만, 고출력을 낼 수 있는 슈퍼 커패시터를 더해 용량을 극대화한 하이브리드 전지를 개발했다.
이온전도도를 높이는 데 활용되는 지지전해질도 새롭게 개발했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을 녹게 만드는 ‘하이드로트로프’ 구조를 가지면서 지지전해질의 기능을 하는 분자를 사용해 용해도와 이온전도도를 모두 높였다.
GIST 연구진이 개발한 레독스 전지는 유기 분자의 용해도가 기존보다 6배 높아져 큰 용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이드로트로프 전해질이 레독스 활성물질의 용해도를 높이는 원리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활성물질의 구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하이드로트로프 분자를 찾는 데도 성공했다.
유승준 교수는 “레독스 활성 유기 분자의 고질적인 한계인 낮은 용해도를 해결하고, 고용량·고출력 레독스 전지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분자구조의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액체를 에너지저장원으로 사용하는 장점을 활용하면 ESS를 대형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에 지난달 20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CS Energy letters, DOI: https://doi.org/10.1021/acsenergylett.3c0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