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와 과학단체 '센스 어바웃 사이언스'는 성인 4262명을 대상으로 과학자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치 성향에 따라 뚜렷한 '진영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

과학자를 믿느냐는 질문에도 정치 성향에 따라 뚜렷한 '진영 차이'가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스로 정치 성향을 좌파라고 밝힌 사람은 87%가 과학자를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우파에서는 55%에 그쳤다. 정치적 정체성이 과학자와 과학적 조언을 받아들이는 태도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와 과학단체 '센스 어바웃 사이언스'는 성인 4262명을 대상으로 과학자에 대한 신뢰를 조사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과학자에 대한 신뢰도를 10점 만점으로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 63%가 7점 이상을 줬고, 3점 이하는 5%에 그쳐, 과학자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자체는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치 성향에 따른 신뢰 수준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좌파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87%가 7점 이상을 줬지만, 중도층은 63%, 우파는 55%에 그쳤다. 정치적 논쟁이 큰 분야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후과학자를 신뢰한다는 응답에서 좌파는 85%였지만, 우파는 32%에 그쳐 53%포인트 차이가 났다. 백신 연구 과학자를 신뢰한다는 응답도 좌파가 88%로 우파 52%보다 높았다.

정당 지지별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다음 총선에서 녹색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의 83%가 과학자를 크게 신뢰한다고 답했고, 자유민주당은 79%, 노동당은 78%였다. 보수당 지지자는 64%, 우파 성향인 영국개혁당 지지자는 44%였다.

과학 관련 음모론을 받아들이는 정도도 달랐다. 가장 우파 성향이 강한 영국개혁당 지지자의 54%는 '백신의 해로운 효과가 대중에게 의도적으로 감춰지고 있다'고 봤고, 45%는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답했다. 반면 좌파 성향인 녹색당 지지자는 각각 15%, 7%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단순히 과학자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봤다. 여러 요인을 분석한 결과, 과학자에 대한 신뢰와 가장 강하게 연관된 요인 중 하나는 '과학자가 나와 같은 편에 서 있다고 느끼는가'였다. 과학자를 크게 신뢰하는 사람의 68%는 과학자가 '나 같은 사람의 편'이라고 답했지만, 중간 수준 신뢰층에서는 22%, 저신뢰층에서는 7%에 그쳤다.

과학자를 불신하는 사람은 과학계가 자신의 가치와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경향도 강했다. 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낮은 사람의 38%는 '과학자들이 지나치게 깨어 있는 척한다'고 답했지만, 고신뢰층에서는 이 비율이 8%에 그쳤다. 반대로 '과학자들이 나와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고신뢰층 34%, 저신뢰층 2%였다.

이번 연구는 정치 성향이 과학 불신을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과학을 사실과 전문성만으로 평가하기보다 '과학자가 누구의 편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