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높은 약기 위해 추진하는 '최혜국 약가 정책'이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약값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토머스 황 교수 연구팀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메디케어 최혜국 약가 정책이 미국과 해외 의약품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메디케어는 미국 고령자와 장애인 등 약 6800만명이 가입한 공공의료보험이다. 최혜국 약가 정책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가격을 한국 등 19국의 낮은 약값에 연동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이 매출 자료를 확보한 의약품 138종을 분석한 결과, 미국이 해외의 낮은 약값을 기준으로 가격을 내릴 경우 제약사가 미국 시장에서 잃는 금액은 해당 약을 기준국에서 1년 동안 판매해 얻는 매출의 평균 3.8배에 달했다. 138종 가운데 101종(73%)은 미국에서 줄어드는 금액이 기준국의 연간 매출 전체보다도 컸다.
예컨대 한국에서 특정 약을 낮은 가격에 팔아 많이 파는 매출보다, 그 가격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약값이 내려가 줄어드는 매출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제약사 입장에서는 미국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의약품 가격을 올리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제약사들이 해외 판매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도 공개 할인 가격을 비공개 리베이트로 돌리거나 국가별로 다른 제형을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가격이 낮은 국가에서는 신약 출시 자체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경우 미국의 약값 인하 정책이 다른 나라의 환자들에게는 약값 상승이나 신약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노르웨이, 호주와 함께 미국 약가 산정의 기준으로 자주 활용되는 국가로 분석됐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정책 시행 이후 실제 결과가 아니라 가격과 매출 자료를 토대로 한 모형 분석이다. 국가별 비공개 할인과 리베이트도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제약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약값 절감 효과와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 모두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