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 등 민간 우주 기업가들이 달에 산업시설과 도시를 세우겠다는 구상을 내놓는 가운데, 달에 대규모 도시를 건설하면 전력보다 물이 먼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달 극지방의 얼음을 활용하더라도 100만명 규모 도시를 장기간 유지하기에는 현재 파악된 물의 양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틴 엘비스(Martin Elvis)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 연구진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에 발표했다.
달 남극과 북극에는 약 40억년 동안 햇빛이 직접 닿지 않은 분화구가 곳곳에 있다. 이른바 '영구음영지역'이다. 일부 지역의 온도는 영하 163도 아래까지 내려간다. 이처럼 기온이 극도로 낮으면 물이 얼음 상태로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다. 달 표면은 대기가 거의 없는 진공 상태여서 햇빛을 받는 곳에서는 얼음이 곧바로 기체로 변해 우주로 빠져나가기 쉽다.
과학자들은 2013년 이후 달 궤도 탐사를 통해 극지방에 물 얼음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잇따라 확인했다. 한때 달에 최대 10억t가량의 물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과 민간 우주기업은 달 남극을 탐사하려는 '문 러시'에 나섰다. 달에서 물을 직접 구할 수 있다면 식수와 생활용수, 산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어 지구에서 실어 날라야 하는 물자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달에 대규모 정착지가 들어설 경우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알아보기 위해 도시 규모별 물과 전력 소비량을 계산했다.
연구진은 햇빛이 잘 드는 분화구 가장자리에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약 3GW(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달에는 태양광 패널의 재료로 쓸 수 있는 실리콘도 풍부해 장기적으로는 발전 설비를 현지에서 만드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달에 물이 최대 10억t 있다고 가정해도, 재활용하지 않으면 100만명 규모 도시는 수년 안에 물을 모두 써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한 물과 공기 중 수분 등을 회수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물 재활용률 98%를 적용해도 1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100여 년 뒤에 바닥났다.
이 계산은 달에 존재하는 물의 양을 넉넉하게 잡은 경우다. 최근 일부 추정에 따르면 실제 물의 양은 10억t의 약 30분의 1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100만명 규모 도시가 물 부족에 직면하는 시점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다만 1000명이나 1만명 규모 정착지라면 현재 예상되는 물의 양으로도 수백 년 이상 대도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원만 놓고 보면 대도시를 한꺼번에 건설하기보다는 소규모 정착지를 운영하면서 점차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셈이다.
연구진은 물 재활용 효율을 높이고 수직 농업처럼 물을 적게 쓰는 농업 방식을 도입하면 물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기적으로는 물이 있는 소행성에서 자원을 가져오는 방안도 있다. 달 표면을 덮고 있는 흙과 부서진 암석층인 '레골리스'는 수십 m 깊이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 깊은 곳에서 물 얼음이 추가로 발견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달 정착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무엇보다 실제 물의 매장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얼마나 많은 물을 확보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지가 정착지 규모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Frontiers in Space Technologies(2026), DOI: https://doi.org/10.3389/frspt.2026.1894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