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타오 UCLA 교수는 9일(현지 시각)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속도 경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학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UCLA

"AI 기업들의 최근 행태는 수학자들의 식탁에 손질도 안 된 고깃덩어리를 던져놓고 '당신들의 배고픔을 해결했다'며 그냥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테렌스 타오(41) 미국 UCLA 교수가 9일(현지 시각) AI(인공지능) 기업들의 수학 난제 풀이 경쟁에 쓴소리를 냈다. 오픈AI가 90년간 수학계 최고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문제'의 해법을 88시간 만에 찾았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AI가 수십 년 묵은 난제를 잇달아 풀어내고 있지만, 정답을 빨리 내놓는 경쟁이 오히려 '과정'이 중요한 수학의 발전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오 교수는 이날 과학 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난제 해결) 속도 경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학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은 단순히 답을 찾아내는 학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새로운 수학적 발견이 지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먼저 해법을 만들고 검증한 뒤, 다른 수학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후 학계가 이를 받아들이고, 기존 수학 지식과 연결해 다음 세대에 가르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과 사고방식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또 다른 문제를 푸는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타오 교수는 "AI 기업들은 그러나 앞단의 '발견과 검증'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신 AI의 성능 자랑에 난제를 풀었다는 화려한 성과를 활용할 뿐, 나머지 중요한 작업은 수학계에 떠넘긴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면서, 설명하고 소통하고 가르치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일은 우리가 뒤처리하게 한다"고 했다.

나비에-스토크스 문제의 경우, 트리스탄 벅마스터 뉴욕대 교수와 앤스로픽 소속 수학자 레벤트 알푀게가 관련 문제를 연구하며 결과를 다듬고 있었다. 그는 "이들은 오픈AI가 자신들의 연구를 앞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완성도가 떨어지는 논문을 서둘러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경쟁이 수학계 특유의 개방적인 연구 문화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타오 교수는 편미분방정식과 조합론, 조화해석, 가법적 수론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든 공로로 2006년 필즈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결국엔 수학자들이 AI 기업이 쏟아낸 결과를 이해하고 정리해 다음 세대에 가르치는 일을 맡을 것"이라며 "결국 (AI가 내놓은 해법들이) 교과서에 실리게 되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방식은 매우 볼썽사나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