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돼지 신장을 이식받고 9개월을 지냈다. 역사상 최장 기간이다. 이후 사람 신장을 기증받아 최종 이식 수술에까지 성공했다. 60대 미국 남성 팀 앤드루스(Tim Andrews)씨 얘기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의 리어나도 V. 리엘라 신장내과 부교수팀은 팀 앤드루스씨가 지난해 1월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이후, 최근 사람 신장을 이식받는 수술까지 성공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중증 환자가 사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동물 장기 이식이 생명 연장을 돕는 '가교(Bridge)'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최초 사례다.
앤드루스는 약 3년 전부터 말기 신부전(腎不全)을 앓아왔다. 우리 몸속 주요 장기인 콩팥(신장)에 병이 생기면 피 속 노폐물이 쌓여 몸이 붓고 심하면 호흡 곤란을 겪게 된다.
앤드루스씨는 일주일에 3번씩, 하루 6시간씩 피를 걸러내는 투석 치료를 2년 넘게 받았다. 쉬는 날엔 잠만 잤고, 깨어나면 다시 투석을 하면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을 날만 기다렸지만, 기증자 장기를 구하긴 어려웠다.
병원에선 장기를 받으려면 5~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봤다. 5년 안에 장기를 받을 확률은 9%밖에 되지 않았다.
MGH 의료진은 고심 끝에 앤드루스씨 몸에 돼지 신장을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사람 몸에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異種) 장기 이식 수술이다. 먼저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소형 돼지 신장 유전자 69개를 편집한 뒤 이를 2025년 1월 앤드루스씨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앤드루스씨는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후 무려 9개월(271일)가량을 정상적으로 신장 기능을 유지하며 살았다. 이식 수술 후엔 요리도 했고 청소기도 돌렸다. 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할 정도로 몸이 회복됐다.
다만 9개월 이후엔 신장 기능이 다시 떨어지면서 이식받은 돼지 신장을 2025년 10월에 제거해야 했다. 이후 석 달 동안 신장 투석 치료를 추가로 받은 끝에, 앤드루스씨는 지난 1월 13일 그토록 기다리던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6개월의 추적 관찰에서도 큰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번 성공으로 장기 이식을 오래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봤다. 리엘라 박사는 "어려운 수술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환자들이야말로 진정한 개척자"라면서 "이들의 신뢰와 용기가 과학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