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이건 우주 전체의 운명이 180도 바뀌는 문제입니다."
지난 28년간 우주는 갈수록 빠르게 팽창한다는 게 현대 우주론의 상식이었다. 이를 밝혀낸 학자들은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 결론이 "틀렸다"고 정면으로 맞선 한국 천문학자가 있다.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다. 이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우주가 계속 팽창할지, 먼 미래 다시 수축할지에 대한 전망부터 암흑에너지의 정체까지 현대 우주론의 핵심 전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세계 과학계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논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 연구 결과가 맞다고 거의 100% 확신한다"고 했다. 그동안 물리학계에서 노벨상을 받은 연구가 뒤집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노벨상 권위가 막강해 그동안 의문은 있어도 반박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결국 누가 맞는지는 권위가 아니라 데이터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멀어서 어둡나, 젊어서 어둡나
논쟁이 불붙은 것은 지난해 11월 이 교수팀이 "우주는 더 이상 가속 팽창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우주 가속 팽창 발견으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담 리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브라이언 슈미트 호주국립대 교수 등이 참여한 주류 연구진 17명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6월 '그래도 가속한다'는 제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에 냈다. 이 교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교수팀은 지난달 27일 같은 학술지에 '그래도 가속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논쟁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 우주의 초신성이 예상보다 어둡게 보이는 이유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것이다. 초신성은 큰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서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밝아지는 현상이다. 이 가운데 Ia형 초신성은 밝기 변화에 일정한 규칙이 있어 우주의 거리를 재는 기준점으로 쓰인다. 1998년 리스와 슈미트 연구팀은 먼 우주의 Ia형 초신성이 예상보다 어두운 것을 보고, 생각보다 더 멀리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는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초신성이 더 멀어졌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교수는 여기에 '별의 나이'라는 변수가 빠졌다고 봤다. 젊은 별에서 나온 초신성은 밝기를 보정하더라도 덜 밝은 경향이 있는데, 노벨상 연구진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질문 하나를 2010년부터 15년 넘게 파고들었다. 처음부터 노벨상 연구를 뒤집으려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해외 망원경으로 초신성이 발생한 은하들을 관측하고 표본을 늘릴수록 주류 학계와 반대되는 결과가 뚜렷해졌다. 이에 따르면, 우주는 아직 팽창하고 있지만, 팽창하는 속도가 느려져 언젠가 수축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노벨상 연구진에 맞서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도 증거가 부족하면 의심해야 한다"며 "과학에서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생각을 바꾸는 게 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칠레 베라 루빈 천문대가 앞으로 대량의 초신성을 찾아내면 빠르면 2~3년, 늦으면 5년 정도면 결론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폴로 11호에 매료된 '과학 소년'
이 교수는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모습에 매료돼 '과학 소년'이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밤하늘 유성우를 보면서 천문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예일대에서 석·박사를 받고 NASA 허블 펠로를 거쳐 1993년 연세대 교수가 됐다. 한국 연구진 최초로 NASA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자외선 우주망원경 'GALEX(갤렉스)'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1999년에는 한국 천문학계 최초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냈다.
원래 전공은 별의 나이와 진화 연구였다. GALEX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은하로 연구 영역을 넓혔으며, 이후 우주 전체 역사를 연구하는 우주론까지 갔다. 별, 은하, 우주를 차례로 공부하면서 넓힌 관점이 우주의 운명을 다룬 이번 연구로 이어졌다. 그는 평생 거대한 우주를 연구한 끝에 인간은 하찮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별이 폭발하면서 우주에 뿌려진 별먼지가 잠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걸 알고 나면 인간으로 보내는 1분, 1초가 너무나 소중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