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변 우주 공간에는 크기 1㎝가 넘는 우주쓰레기만 약 100만개가 떠돌고 있다. 크기만 보면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우주를 떠도는 파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여 작은 조각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외벽을 뚫을 수 있다. 충돌로 새로운 파편이 생기고, 이 파편이 또 다른 위성과 충돌하는 연쇄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영화 '그래비티'에 등장한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이다.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초고속 파편으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할 가볍고 강한 소재를 개발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다롄이공대 연구진이 쉽게 깨지는 달걀껍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충격 흡수 구조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응용물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cs)'에 발표됐다.
달걀 한 개는 한쪽에 힘이 집중되면 쉽게 깨진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달걀 하나의 강도가 아니라 여러 개가 함께 힘을 받을 때 에너지를 분산하는 특성이다.
연구진은 달걀 모양의 얇은 알루미늄 구조물을 여러 개 배열하고 이를 두 장의 알루미늄 판 사이에 끼웠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여러 개의 달걀형 구조가 순서대로 찌그러지고 무너지면서 한곳에 몰린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이처럼 자연의 구조나 작동 원리를 공학 기술에 적용하는 방식을 '생체모방'이라고 한다.
동시에 달걀형 구조 내부에 물을 채워 기능을 높였다. 충돌 순간 내부의 물이 움직이며 충격파가 곧바로 다음 구조로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고, 알루미늄 소재가 찌그러지는 과정과 함께 충격 에너지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일반 알루미늄판과 물을 채운 알루미늄 구형 구조, 물을 채운 달걀형 구조를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달걀형 구조의 충격 방어 성능이 가장 뛰어났다.
특히 달걀 모양 구조물을 세우고 뾰족한 부분이 위쪽 알루미늄판에 닿도록 배열했을 때 효과가 가장 컸다. 이 구조를 통과한 충돌체의 속도는 약 65% 감소했다. 알루미늄판만 사용했을 때 속도 감소율은 약 51%였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바로 실제 우주선의 보호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소재 두께와 달걀 모양의 가로·세로 비율, 배열 방식 등을 더 최적화해야 한다"며 "실제 우주 환경을 가정한 초고속 충돌 시험도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주쓰레기 충돌에 대비해 가볍고 강한 방호 소재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다른 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 아토믹-6는 복합소재 타일 '스페이스 아머'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초속 7.2㎞로 날아오는 완두콩 크기의 알루미늄 발사체를 막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진은 알루미늄과 케블라, 탄소섬유 강화수지를 조합해 내부에 빈 공간이 있는 방호막을 연구하고 있다. 파편이 내부 구조를 지나며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아 에너지를 잃도록 하는 방식이다.
참고 자료
Journal of Applied Physics(2026), DOI: https://doi.org/10.1063/5.0324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