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은 한 시민이 중앙홀에 전시된 세계 최대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스코티(scotty)' 복제본을 관람하고 있다./뉴스1

세계 최대의 티라노사우루스인 스코티(Scotty)가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졌다. 사인(死因)을 밝힌 사람은 고생물학자도, 법의학자도 아니었다. 자연을 이루는 기본 입자와 그들 사이에 미치는 힘을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자였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는 "물리학자들이 중성자 영상 기술을 이용해 6600만 년 전 화석이 된 티라노사우루스인 스코티의 뼈 내부를 들여다보고 연조직을 훼손하지 않고 혈관을 보여주는 3D(입체) 영상을 만들었다"고 지난 2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스코티는 1991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의 프렌치맨 강 계곡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름은 발굴을 기념해 마신 스카치위스키에서 따왔다. 첫 발굴 후 20년이 지난 2011년까지 골격 전체의 65%가 확인됐다. 스코티는 지금까지 발굴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몸길이와 높이가 각각 13m, 4.5m이며, 생전 몸무게는 약 8.8t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레지나대 연구진이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입자가속기에서 나온 중성자로 세계 최대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의 갈비벼에 남은 혈관들을 확인했다./ORNL

◇6년 전 학부생의 CT 촬영에서 연구 시작

이번 연구를 이끈 캐나다 레지나대 물리학과의 마우리시오 바르비(Mauricio Barbi) 교수는 "스코티의 갈비뼈 화석에는 이전에 관찰된 적이 없는 광물화된 혈관의 방대한 네트워크가 있었다"며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재구성한 스코티의 최후는 이렇다. 스코티가 생전 머리에 뿔 세 개가 달린 공룡 트리케라톱스를 사냥했다. 그러던 중 다른 트리케라톱스가 옆에서 뿔로 들이받아 갈비뼈가 부러졌다. 스코티 몸에서는 골절을 치유하는 과정이 시작됐다. 철분이 풍부한 혈액이 손상된 부위로 흘러 들어가 이번에 확인한 혈관들을 형성한 것이다.

스코티는 갈비뼈가 다 달라붙기 전에 목숨을 잃고 지금의 화석으로 남았다. 그래도 철분이 많은 혈액과 함께 염분이 많은 습지에서 죽은 탓에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줄 수 있었다. 습지의 토양은 항상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대기 중의 산소가 쉽게 내부로 침투하지 못한다. 이런 곳에 묻히면 산소가 적어 부패가 늦춰진다. 덕분에 뼈에 부패하기 쉬운 연조직이 남았다.

바르비 교수 연구실의 제릿 미쳇(Jerit Mitchell) 박사과정 연구원은 학부생이던 2020년 스코티의 갈비뼈를 찍은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에서 혈관 흔적을 발견했다. CT는 X선을 여러 각도에서 투과시켜 찍은 수백 장의 조직 단면 영상을 모아 인체 내부를 입체로 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스코티 분석에 서스캐츠원대의 원형 입자가속기인 싱크로트론도 이용했다. 입자가속기는 전기를 띤 입자를 반대 전기를 띠는 전극으로 끌어당겨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는 장치이다. 그중 서스캐츠원대의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한다. 가속된 전자가 방향을 틀 때 접선 방향으로 튀어나오는 X선으로 물질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X선은 무거운 원소를 분석하는 데 강점이 있다. X선은 원자 내부의 전자와 상호작용하는데, 철이나 구리, 납처럼 원자번호가 큰 원자일수록 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비너스 빔라인 밖에서 캐나다 레지나대 물리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인 제릿 미첼이 티라노사우루스 스코티의 갈비뼈 화석을 들고 있다./ORNL

◇입자 가속기의 중성자가 최종 확증

연구진은 X선으로 화석화된 혈관을 밝혀낸 후, 더 많은 단서를 찾기 위해 오크리지 연구소의 입자가속기로 중성자 분석을 했다. 원자는 중심에 있는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된다. 핵에는 (+)전기를 띠는 양성자와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자가 있다. 전자는 (-)전기를 띤다. 중성자는 전기를 띠지 않기 때문에 물질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스코티의 갈비뼈를 분석한 중성자는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의 비너스(VENUS) 빔라인에서 나왔다. 중성자는 전기를 띠지 않아 전기장으로는 가속시킬 수 없다. 비너스는 대신 양성자를 가속해 금속에 충돌시키고 그 안에서 중성자가 튀어나오게 한다. 이 중성자를 모아 갈비뼈로 보냈다.

중성자는 방사광가속기에서 찾은 혈관을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X선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연조직의 흔적까지 선명한 영상으로 보여줬다. 중성자는 특히 수분이 많은 연조직의 수소 원자에 대해 높은 감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병원에서 X선이 뼈처럼 밀도가 높은 구조를 보여주고 자기공명영상(MRI)이 근육과 같은 연조직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과 같은 차이라고 설명했다. MRI는 물 분자(H₂O) 속 수소 원자핵이 자기장에 공명하는 성질을 이용해 영상을 만든다.

연구진은 앞으로 입자가속기로 더 다양한 화석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성자 영상 기법과 X선 기법을 결합해 화석에 남은 질병이나 부상의 흔적을 찾고 이를 현대 종(種)과 비교할 예정이다. 공룡 연구가 입자가속기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고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참고 자료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2026), https://www.ornl.gov/news/ornl-neutron-bone-imaging-brings-t-rex-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