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사람 신장 이식에도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팀 앤드루스씨.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그는 돼지 신장을 이식받고 9개월을 지냈다. 역사상 최장 기간이다. 이후 사람 신장을 기증받아 최종 이식 수술에까지 성공했다. 60대 미국 남성 팀 앤드루스(Tim Andrews)씨 얘기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의 리어나도 V. 리엘라 신장내과 부교수팀은 팀 앤드루스씨가 지난해 1월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이후, 최근 사람 신장을 이식받는 수술까지 성공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중증 환자가 사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동물 장기 이식이 생명 연장을 돕는 '가교(Bridge)'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최초 사례다.

◇돼지 장기 수술로 생명 연장… 9개월 버텼다

앤드루스는 약 3년 전부터 말기 신부전(腎不全)을 앓아왔다. 신부전은 우리 몸속 주요 장기인 콩팥(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콩팥은 우리 몸속 노폐물을 없애고 수분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콩팥에 병이 생기면 피속 노폐물이 쌓이며 몸이 붓고 심하면 호흡 곤란을 겪게 된다.

이럴 경우엔 보통 피를 걸러내는 투석 치료를 받게 된다. 혈액을 기계로 빼낸 뒤 인공 신장(투석기)에서 걸러내 다시 몸에 넣는 과정이다. 보통 일주일에 2~3번씩, 한 번에 4~5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한다.

앤드루스씨는 일주일에 3번씩, 하루 6시간씩 투석을 받는 과정을 2년 넘게 해왔다. 쉬는 날엔 잠만 잤고, 깨어나면 다시 투석을 하면서 버텼다고 한다. 그렇게 견디며 이식 수술을 계속 기다렸지만, 기증자 장기를 제때 구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선 장기를 받으려면 5~10년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5년 안에 장기를 받을 확률은 9%밖에 되지 않았다. 증상은 갈수록 더 나빠지기만 했다.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MGH 의료진은 고심 끝에 과감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앤드루스씨 몸에 돼지 신장을 이식하기로 한 것이다. 사람 몸에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른바 이종(異種) 장기 이식 수술이다.

의료진은 먼저 소형 돼지 품종의 일종인 '유카탄 미니돼지'의 신장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 몸에 동물 장기를 넣을 때 생기는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염기 서열을 없애거나 필요한 유전자를 삽입해 동물의 장기를 인체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다.

의료진은 돼지 신장 유전자 69개를 편집했고, 이를 2025년 1월 앤드루스씨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앤드루스씨는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후 9개월(271일)가량을 정상적으로 신장 기능을 유지하며 살았다. 돼지 장기 이식 사례로는 역대 최장 기간으로 꼽힌다. 이식 수술 직후엔 투석을 받지 않고도 건강하게 걸어 다녔다. 요리도 하고 청소기도 직접 돌렸다. 2025년 6월엔 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하는 모습까지 보여줄 정도로 몸이 회복됐다.

다만 9개월 이후엔 신장 기능이 다시 떨어지면서 이식받은 돼지 신장을 2025년 10월에 제거해야 했다. 신장 투석 치료도 시작했다.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사람 신장 이식에도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팀 앤드루스씨. 그가 돼지 신장 이식 수술 후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다./팀 앤드루스 페이스북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사람 신장 이식에도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팀 앤드루스씨.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사람 신장 이식에도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팀 앤드루스씨. 돼지 신장을 이식 받고 그는 야구 경기 시구에 나서기도 했다. /WCVB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사람 신장 이식에도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팀 앤드루스씨.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그가 투석 없이 걷는 모습.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지난 1월 사람 장기 이식에도 성공

약 석 달 동안 신장 투석 치료를 추가로 받은 끝에 앤드루스씨는 지난 1월 13일 그토록 기다리던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랜싯에 따르면,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6개월의 추적 관찰에서도 큰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의료진은 또한 앤드루스씨에게서 더는 사람 몸에 대한 새로운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돼지 바이러스나 돼지 병원체가 몸에서 검출되지도 않았다. 돼지 신장 이식이 사람 신장 이식 수술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료진은 앞으로 추가 임상 시험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번 성공으로 사람 장기를 오래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봤다.

리엘라 박사는 "이런 어려운 수술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환자들이야말로 진정한 개척자"라면서 "이들의 신뢰와 용기가 과학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고 했다.

앤드루스씨 사례는 장기 부족을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도 미국에선 10만여 명의 신부전 환자가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이식을 받는 경우는 그러나 매년 2만5000여 건에 그친다. 영국에서도 현재 7000명이 넘는 신부전 환자가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사람 신장 이식에도 성공한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팀 앤드루스씨. 의료진은 "실험적인 수술을 감행했던 앤드루스씨의 용기가 의학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고 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