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이그 노벨상 시상식에서 소변이 덜 튀는 소변기를 연구한 연구진이 물리학상을 받았다.(위쪽) 수상자들에게는 버섯이 핀 발 모양의 트로피가 수여됐다. /이그 노벨상 중계 영상

'키스'를 과학적으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입과 입이 닿는다고 다 키스는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적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종이 입과 입을 맞대고, 입술이나 구강 기관을 움직이되, 음식을 전달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연구진은 그 공로로 올해 '괴짜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그노벨상 생체역학상을 받았다.

3일(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2026년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 상은 1991년 과학 유머 잡지 '기발한 연구 연보' 편집자가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이다. "먼저 사람을 웃게 만들고, 그다음 생각하게 하는 연구"를 선정해 시상한다. 시상 분야는 매년 달라지는데, 올해는 생체역학·경제학·화학·의학·생물학·물리학·기술·후각·평화·토양과학 등 10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생체역학상을 받은 영국 옥스퍼드대 마틸다 브린들 연구팀은 키스의 기원을 진화 계통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들은 약 2150만년 전 대형 유인원의 공통 조상부터 네안데르탈인까지 키스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앞으로 '키스는 왜 진화했는가'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4년 전 별세한 일본의 운노 도쿠지 전 아사히카와 의대 명예교수는 코를 잘 푸는 법을 연구한 공로로 의학상을 받았다. 양쪽 코를 동시에 풀지 말고 좌우 한쪽씩 코를 풀되 길게 풀어야 분비물이 잘 배출된다는 것이다.

물리학상은 '소변 덜 튀는 소변기'를 만든 캐나다 워털루대 자오 판 연구팀이 받았다. 소변이 튀는 조건을 분석해 소변기 형태를 바꾼 결과, 튀는 양을 일반적인 소변기의 최대 1.4% 수준까지 줄였다.

독사가 언제 사람을 무는지 알아보기 위해 뱀의 여러 부위를 직접 밟아본 연구가 생물학상, 부모들은 아기 냄새는 좋아하지만 십대 자녀 냄새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가 후각상을 받았다. 모기 주둥이를 초정밀 3D 프린터 노즐로 활용한 연구, 세계 곳곳에 속옷 1000벌을 묻었다 파내 토양의 생물학적 활동을 조사한 연구, 부자일수록 비윤리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연구 등도 수상했다.

36년째를 맞은 이그노벨상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주최 측은 미국의 비자·이민 정책 강화로 해외 수상자와 취재진 방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폭락해 원화로는 약 50원 수준인 10조 짐바브웨달러 지폐가 지급됐다. 매년 새로 만드는 트로피도 주어졌는데, 올해는 사람 발에 버섯이 돋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