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폐지된 이후 도입된 대형 R&D 사전점검제도가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는 인공지능(AI)·모빌리티·그린수소·항공엔진·우주감시 분야의 5개 사업을 첫 사업추진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재로 '2026년 제1회 구축형 R&D사업 심사위원회'를 열고 올해 제1차 구축형 R&D사업추진심사 대상사업 5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초 18년간 운영해온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하고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한 사전점검제도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연구시설·장비 구축, 연구단지 조성, 우주 분야 체계개발 등 구축형 R&D 사업은 착수 단계부터 단계별 심사를 받게 된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새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사업추진심사 절차를 밟는 사례다. 심사 대상에는 우선 국가 과학기술정보 AI·컴퓨팅 허브센터 구축사업이 포함됐다. 컴퓨팅과 AI, 연구데이터 활용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 인프라를 한곳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AI모빌리티 종합 실증 콤플렉스 조성사업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과 실증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자동차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필요한 시험·검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용량 그린수소 생산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도 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국산 상용 수전해 시스템을 이용해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실증하는 사업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현지 실증도 계획하고 있다.
첨단항공엔진 국산화 기술개발사업(K-ENGINE)은 차세대 항공기 등에 적용할 항공엔진의 독자 개발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엔진 개발과 함께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 엔진 개발 과정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레이더우주감시체계는 한반도 상공의 우주물체를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우주물체 간 충돌이나 대기권 재진입·추락 등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인 감시정보 확보가 목적이다.
이 사업들은 앞으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검토단의 검토를 받는다. 전체 검토 기간은 약 8개월로 잡혀 있다. 기존 예비타당성조사와 달리 현장 집중 검토도 별도로 진행한다. 2~3일간 현장을 살펴보는 절차와 함께 3개월 이상 분과별 심층검토를 실시해 사업추진계획과 기술준비도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와 검토단 간 의견 교환 기회도 기존 예타보다 늘린다는 방침이다.
구축형 R&D 사업 심사위원회는 심사 대상 선정과 결과 확정, 제도 운영·개선 등을 맡는 의사결정기구다. 지난 5월 민간위원 위촉을 마치고 구성을 완료했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예타 폐지 이후 대형 R&D에 맞춘 사전점검제도가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며 "새 심사 체계를 통해 대규모 R&D 사업의 추진계획과 준비 수준을 단계별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