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발생한 네팔 대홍수의 빙하 붕괴 징후가 참사 일주일 전부터 위성에 포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장 위성과 AI(인공지능)를 활용해 히말라야 빙하와 암석 붕괴 위험을 상시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누체르 시르자에이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수가 사고 지역의 위성 자료를 분석해 빙하 붕괴 전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고 네이처는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레이더 위성 '센티널-1'이 지난 1월 8일부터 8월 19일까지 촬영한 자료를 분석했는데, 마지막 관측은 사고 8일 전이었다.
분석에 따르면, 붕괴 지점 주변 빙하와 암석은 한 달에 약 10㎜씩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계속 움직이는 빙하 특성상 이동 자체가 곧 붕괴를 뜻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사고를 앞두고 빙하와 암석의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는 점이다. 시르자에이 교수는 "(붕괴 징후를 발견할 때는) 속도보다 가속이 더 중요하다"며 "경사면의 변형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국제 연구진도 위성으로 비슷한 징후를 확인했다. 히말라야 산악 재해를 연구하는 과학자 컨소시엄 '하이리스크'는 지난달 28일 긴급 분석 보고서에서 사고 전 위성사진에 붕괴 전조로 볼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고 이틀 전인 24일 빙하에서 흘러나온 녹은 물이 흙이 섞인 갈색으로 변했고, 사고 전 며칠 동안 주변 기반암 비탈에 균열이 퍼지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번 대홍수는 폭 600m가량의 빙하와 암석이 해발 약 5200m 지점에서 1200m 아래 계곡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빙하와 암석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규모 5.2 지진에 해당하는 진동이 관측될 정도의 큰 충격이 발생했다. 쏟아진 얼음과 암석은 강을 막았고, 이후 물과 함께 한꺼번에 하류로 밀려가면서 대홍수로 이어졌다. 다만 빙하와 암석 중 무엇이 먼저 붕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히말라야의 조기경보 체계는 주로 빙하호의 수위 상승과 붕괴를 감시한다. 높은 산에 있는 수천 개의 빙하와 암벽이 갑자기 무너지는 현상을 넓은 지역에서 상시 감시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연구진은 AI를 활용한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이더 위성으로 넓은 산악 지역의 미세한 움직임을 반복 측정하고, AI로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지는 곳을 자동으로 골라내 붕괴 징후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시르자에이 교수는 "빙하 붕괴뿐 아니라 이후 강이 막히고 홍수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며 "이번 재해는 빙하나 홍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연쇄적인 재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