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입을 맞대면 대개 '키스'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북극곰이 서로 입을 맞대는 행동도 키스일까. 새나 개미가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어디까지를 키스라고 해야 할까.
이 질문을 진지하게 파고든 연구가 올해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과학 유머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3일(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36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열고 생체역학과 물리학, 화학 등 10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 편집자인 마크 에이브러햄스가 만들었다. 선정 기준은 사람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 생각하게 하는 연구다. 처음에는 노벨상을 흉내 낸 괴짜 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수상 연구 상당수는 엄밀한 실험을 거쳐 실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다.
올해 생체역학상을 받은 마틸다 브린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 연구진은 키스를 정의했다. 연구진이 내린 정의는 같은 종끼리 공격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입과 입을 맞대고 입술이나 구강 부위를 움직이되 먹이를 전달하지 않는 행동이다. 동물이 새끼에게 먹이를 입으로 건네는 행동이나 싸우다가 입을 맞대는 경우까지 키스로 분류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 정의로 동물의 행동을 다시 살펴보니 북극곰과 일부 새, 개미에서도 키스에 해당하는 행동이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여러 영장류 종에서 키스가 나타나는지를 진화 계통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약 2150만년 전 살았던 대형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서도 키스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서로 키스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일상에서 한번쯤 겪어봤지만 굳이 연구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도 상을 받았다. 올해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은 '소변이 튀지 않는 소변기'를 연구한 자오 판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판 교수 연구진은 샌들과 밝은색 바지를 입고 소변기를 사용하다 액체가 튀는 것을 목격한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를 물이나 공기처럼 흐르는 물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하는 유체역학 문제로 바꾸고, 액체가 표면에 부딪히는 각도와 소변기 형태에 따라 튀는 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론과 실험으로 분석했다. 시행착오 끝에 튀는 액체를 1.4%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는 소변기 구조를 찾아냈다.
토양과학상을 받은 막심 반 데르 헤이덴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 연구진은 25개국이 넘는 지역에 면 속옷 1000장을 묻고, 두 달 뒤 다시 파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면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는 흙 속 세균과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데, 속옷의 분해 정도를 보고 토양의 생물학적 활성을 비교한 것이다.
기술상을 받은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암컷 모기가 피를 빨 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주둥이를 초정밀 3차원(3D) 프린터의 노즐로 이용했다. 죽은 생물의 신체 일부를 공학 장치로 다시 활용한다는 뜻에서 이 기술에 '네크로프린팅(necroprinting)'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화학상은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 특정 바퀴벌레가 새끼에게 공급하는 '바퀴벌레 우유'를 분석한 국제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실제로 사람이 마시는 우유 같은 액체는 아니며, 새끼의 영양 공급에 쓰이는 단백질 결정이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소의 우유 단백질보다 약 3배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독사가 사람을 무는 조건을 알아보기 위해 뱀의 머리와 몸통, 꼬리 등 여러 부위를 조심스럽게 밟고 반응을 관찰한 연구진은 생물학상을 받았다.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행동을 통해 확인하려 한 것이다.
의학상은 1977년 평범한 '코 풀기'를 공기의 흐름과 압력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를 한 고(故) 운노 도쿠지 일본 아사히카와의과대학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경제학상을 받은 폴 피프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비윤리적 행동의 관계를 여러 실험으로 조사했다. 연구진은 부유한 참가자들이 일부 실험에서 보행자의 진로를 막거나 게임에서 속이는 행동을 더 많이 보였다고 보고했다.
후각상을 받은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의 체취를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다. 부모들은 어린 아기의 냄새는 대체로 좋게 평가했지만 청소년 자녀의 냄새는 상대적으로 덜 좋아했다. 평화상은 사람들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친구'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에 돌아갔다.
한편 올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미국의 비자·이민 정책으로 해외 수상자와 취재진의 이동 부담이 커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전통대로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녔고, 수상자들은 발에 버섯이 돋아난 모양의 독특한 트로피와 함께,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폭락해 한국 돈으로 약 50원의 가치를 지닌 1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를 상금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