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기후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고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1.8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생성 이미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기후 목표가 몇 년 안에 사실상 깨질 것이라는 유엔의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기후 대응의 초점도 '1.5도를 넘지 않는 것'에서 '얼마나 적게, 짧게 넘은 뒤 다시 낮출 것인가'로 바뀔 전망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와 정책을 고려하면 1.5도 초과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앞서 2015년 파리협정에서 각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가능하면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는 특정 연도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평균적인 온난화 수준을 뜻한다. UNEP도 한 해 기온이 1.5도를 넘는 것은 '오버슈트(overshoot·목표치를 초과하는 것)'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이미 약 1.4도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10년마다 약 0.25도씩 상승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2030년의 5년 평균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을 확률을 75%로 전망했다.

UNEP는 각국이 지금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유지할 경우 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2.6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약속까지 모두 이행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약 1.8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년간 온실가스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면서 이제 1.5도를 넘지 않도록 막는 길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UNEP는 이에 따라 앞으로의 최선의 경로를 '1.5도 초과→정점→하락'으로 제시했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빠르게 줄여 기온 상승 폭을 최소화하고,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 상승을 멈춘 뒤, 대기에서 제거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량보다 많은 '순 마이너스 배출'을 유지해 다시 1.5도 아래로 기온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UNEP는 이를 "남아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했다.

그러나 한번 오른 기온을 되돌리는 것은 훨씬 어렵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을 약 0.1도 낮추려면 누적으로 약 2200억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추가 제거해야 한다. 전 세계가 현재 연간 배출량의 약 4분의 1인 100억t을 매년 순제거하더라도 기온이 낮아지는 속도는 10년당 약 0.05도에 그칠 수 있다. 현재 속도로 10년 동안 오른 0.25도를 되돌리는 데 약 5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UNEP는 다른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는 가정에서도 현재 규모의 조림과 산림 관리만으로 지구 기온을 0.1도 낮추려면 100년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1.5도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이미 발생한 기후 피해가 모두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해수면은 기온이 떨어진 뒤에도 수백 년간 계속 상승할 수 있고, 종의 멸종과 일부 생태계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빙하와 빙상 손실 역시 상당 부분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인간 사회의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적절한 적응 대책이 없으면 2050년 전 세계 식량 생산이 최대 14% 줄어들 수 있고, 폭염과 홍수, 물 부족과 감염병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작은 섬나라와 저지대 해안 지역에서는 바닷물에 완전히 잠기기 전부터 해수 침투로 식수원이 염분에 오염되고 농경지가 훼손되는 등 사람이 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UNEP는 그렇다고 1.5도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5도를 넘더라도 1.6도에서 멈추는 것과 2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의 피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기온 상승 폭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1.5도 초과 기간을 줄일수록 사람과 생태계가 받는 위험도 감소한다고 밝혔다.